○…임창열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는 37시간여의 조사끝에 15일 밤 구속이 집행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주씨는 이날 오후 8시55분께 두 명의 여자 수사관에 의해 팔짱이 낀채 인천지검 신관건물 앞으로 나와 사진기자들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으며 『여러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검은 색 코트 차림의 주씨는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의식한 듯 다시 화장을 해 말끔했으며, 평소대로 얼굴을 꼿꼿이 세운 모습으로 대기중이던 차량으로 걸어가 인천 구치소로 호송됐다. 주씨는 영장발부과정에서 『구차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주씨에 대한 구속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인천지검이 미리 설치한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수사관들과 취재진이 한때 몸싸옴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주씨의 구속영장은 검찰측의 요청에 따라 1시간30여분 만에 신속하게 발부됐다. 검찰은 오후7시께 당직판사인 인천지법 가사2단독 이범균판사에게 영장을 직접 전달하면서 『주씨가 오랫동안 조사를 받아 피곤한데다 임지사의 밤샘조사를 위해 기록이 빨리 필요하다』고 조속히 영장을 발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씨는 민영복씨에게서 받은 돈을 마치 민씨가 서이석 전행장으로부터 차용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도록 시키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주씨가 받은 돈의 액수가 과다해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데다 출입국도 빈번해 도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지검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고 있는 임 경기지사는 부인 주씨와는 달리 혐의내용을 끝까지 부인, 검찰이 수사에 애를 먹었다. 검찰관계자는 『14일 오전 소환된 주씨는 밤이 깊어지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혐의내용을 순순히 자백했으나 임지사는 알려져 있는 혐의마다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혐의내용에 대해 사실확인작업이 거의 마무리돼있어 임 지사가 뭐라고 말하든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임지사는 이날 오전 7시45분께 수행비서와 함께 인천지검에 나타나 곧바로 신관 2층 김진태(金鎭太)특수부장실로 향했다. 임 지사는 5분가량 김부장과 만나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화장실에 들렀다 특수부장실 맞은편 263호 권오성(權五成)검사실로 들어가 조사받기 시작했다.
○…검찰 주변에선 임 지사 부부의 수사가 지연 착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검찰은 5월께 경기은행 퇴출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번 사건을 인지, 한달여동안 비밀리에 수사를 벌여 혐의내용에 대한 사실확인까지 마쳤으나 상부와의 의견조율 때문에 수사 착수가 늦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의견조율과정에서 결국 현 여권의 실세인 임지사 카드를 버리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주씨가 한달가량 미국에 체류하는 바람에 검찰은 주씨가 도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씨는 이같은 사실을 모른채 9일 오전7시30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검찰관계자는 『처음에는 주혜란이라는 이름으로 출입국자 명단을 확인했으나 나오지 않아 수사검사가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헨렌 주 」라는 미국명을 사용한 주씨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인천=송원영기자
ywsong@hk.co.kr
김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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