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경기도지사 부인이 경기은행에서 로비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임지사와 부인 주혜란씨는 안팎이 함께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던 전력이 있어 한층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배경에는 야당을 겨냥한 세풍 수사와 균형을 맞추고,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차원높은 정치적 고려가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그 결말이 주목된다.이 사건은 우선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고위 공직자 부인 상대의 「안방 로비」가 또다시 불거진 점이 개탄스럽다. 그러나 역시 경기은행이 수억원을 건넨 로비 청탁의 실제 상대는 부인이 아니라 정권 실세로 간주되는 임지사였을 것이라는 자연스런 추정에 따라 임지사의 관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검찰이 그의 책임을 어디까지 밝혀내고, 어떤 방식으로 문책할 것인가를 국민은 무엇보다 주목하고 있다.
주씨는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가 한달 뒤 돌려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가 친분이 있는 고위층 인사들에게 직접 로비를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남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임지사도 부인이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은 뒤에야 청탁받았던 사실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과거 고위 공직자 부인이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사건에서 대개 이런 식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했었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고위 공직자 부인을 상대로 하는 청탁은 예외없이 공직자 본인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이고, 청탁 대가가 부인 손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주씨 자신이 고위층에 친분이 있다고 하지만 퇴출 은행 결정의 중대성과 임지사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로비 청탁의 진짜 상대는 임지사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부부를 함께 사법처리할 수는 없다』는 말을 미리 내놓은 검찰 관계자들은 『부인보다는 남편을 처벌하는 것이 옳다』는 여론에 유념해야 한다.
검찰의 사법처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임지사에 대한 정치적 문책이다. 임지사는 외환 위기 수습책임을 맡았던 전직 경제 부총리다.
이런 인물이 외환 위기 극복이란 국가적 과제의 핵심인 금융기관 구조 조정과 관련한 퇴출대상 은행의 불법 로비에 연루됐다면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마땅하다. 만일 그가 결백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같은 이유에서 부인의 잘못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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