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 나면 정을 맞게 마련이다』 주혜란씨 구속과 임창열 경기지사 수뢰소식이 알려진 15일 임지사 부부의 영욕을 둘러싼 얘기들이 화제가 됐다. 주씨가 최근 준비해온 자서전 초안과 주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결혼등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수많은 곡절로 교직(交織)돼 있다.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주씨는 당시 서울대 법대에 다니는 남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주씨는 『가정주부로 머물러 달라』는 남편의 요구를 거부하고 결국 헤어진다. 딸은 주씨가 키우기로 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자 마자 의사의 길 대신 보건소를 선택했고, 처음 찾아갔던 충북 청원군 현도면 보건소에서 의료보호 대상자들을 위해, 서울 용산구 보건소에선 윤락녀를 위해, 강남구 보건소에선 미혼모들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
주씨가 임지사를 처음 만난 것은 90년 12월. 「에이즈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잠깐 방문했을 때, 여동생으로부터 세계은행(IBRD)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임씨를 소개받은 것. 둘 다 초혼에 실패한 상처를 안고 있던터라 얘기가 잘 통했다. 임지사는 자신의 저서 「난파선의 키를 잡고」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는 주씨가 첫눈에 시원해 보였다』고 말했고, 주씨는 97년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부리부리하면서도 첫 인상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주씨는 귀국후 당시 김대중(金大中)총재로부터 『그 사람 아주 똑똑하고 능력있는 남자다. 대구·경북(TK)도 아닌데 이만큼 출세했으면 대단한 거지. 어서 결혼해서 내조 잘해요』라는 말을 듣고 결혼을 결심한다. 주씨는 곧장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 결혼해요』라며 프로포즈했고, 만난 지 두달만인 91년 2월 워싱턴의 한 교회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주씨는 85년께부터 김대중대통령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당시 용산 거주 주한 외교사절들의 주치의로 일했던 인연으로, 주한 스페인 대사관에서 열린 스페인 왕 생일축하 모임에서 김대통령을 알게됐다고 한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정부 경제팀의 핵심이었던 임지사가 현 정부에서 공동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낙점받은 것도 김대통령과의 인연을 고리로 한 주씨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은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사실.
주씨는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남편이 도지사로 당선된 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임지사는 주씨의 거침없는 대외활동을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5월말 임지사 생일잔치 때, 주씨가 당일 아침 느닷없이 150여명을 초대하는 성대한 만찬계획을 밝히자 임지사가 크게 역정을 낸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결혼하면서 주씨에게 『나한테 져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임지사. 그리고 6·4지방선거 직후 『남편을 열심히 내조하는 것이 국가를, 그리고 우리 역사를 구하는 일』이라고 밝힌 주씨. 임씨 부부는 이같은 다짐들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 지. 지금 두 사람은 8년간의 결혼생활은 물론, 각자의 인생에서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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