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코멘트'청와대는 14일 수석들이 일제히 입을 다무는 등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 김정길(金正吉)정무·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 모두 공식적인 코멘트를 삼갔다. 내각제 개헌 연기가 청와대의 내심이자 기대이지만 지금 성급히 나섰다가는 자민련의 내각제론자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내각제 연기논쟁으로 심각한 내홍에 빠질 경우 공동정권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측은 특히 김총리가 연내 내각제개헌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 공개된 배경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모습이다. 자민련 내각제론자들이 김총리의 의중을 의도적으로 흘려 김총리의 뜻을 되돌리려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개헌 유보에 따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초점은 자민련이 내부 이탈없이 연내 개헌유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대책은 마련돼 있으며 이런 대응카드를 언제, 어떻게 꺼내느냐를 심사숙고 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회의도 섣불리 「속내」를 드러냈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칠세라 신중함을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자민련측의 내부반발 양상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 할」사단의 파문이 최소화하기를 기대했다.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은 이날 당8역 회의에 앞서 『김종필(金鍾泌)총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반색을 했다가 나중에 『발언의 진위를 먼저 알아봐야 겠다는 뜻』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또 이날 8역 회의에서는 자민련측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함구령」에 가까운 입조심이 당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박2일 일정의 중국방문 길에 오른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동교동계도 대통령으로부터 내각제의 「내」자도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분이 알아서 하실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은 『며칠사이 두분이 깊숙한 얘기를 한 것 같다』면서 『김총리가 8월말을 시한으로 잡은 것을 보면 얘기가 잘 된 것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 '국민기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이제 자민련은 존립목적이 없어졌다』
「내각제 개헌 연내 포기」에 대해 한나라당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두가지 타깃을 겨냥했다. 대여 성토와 공동여당 틈새 벌리기다.
한나라당은 먼저 내각제 개헌이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저버린 현정권의 신뢰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그동안의 힘겨루기는 밥그릇 챙기기였고 결국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국민 순치(馴致)과정에 불과했다』고 비꼰 뒤 『연내개헌을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DJP연합정권의 원천적 무효사유가 발생했다』고 몰아세웠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여여갈등은 물론, 자민련의 핵분열까지도 염두에 둔 듯 은근히 내각제 지지세력을 건드렸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한 자민련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을 내릴 것』이라며 『그러나 자민련 내에서도 원칙론자가 있고 또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내각제 논의가) 짐작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은 나라가 안정적으로 가야할 길을 밝히겠다』고 말해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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