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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의 아침가리골] 첩첩산중 한복판 원시 푸르름 /여행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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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의 아침가리골] 첩첩산중 한복판 원시 푸르름 /여행안내

입력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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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르름이다. 땅을 갈아엎은 밭이랑도, 회색빛 전신주도, 흉물스런 송전탑도 찾아 볼 수 없다. 보이는 것은 짙은 녹음과 그 녹색 사이를 희미하게 갈라놓은 길, 푸른 계곡물, 산 중턱을 흐르는 구름 뿐이다. 눈을 감으면 새소리, 풀벌레소리, 물소리가 두 귀를 가득 채운다. 원시의 자연이 바로 이런 것인가.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조경동. 아침가리골이라 불리는 강원도의 오지 중 오지이다. 방태산(1,435m) 구룡덕봉(1,388) 가칠봉(1,240) 갈전곡봉(1,204)등 1,200m가 넘는 연봉들이 동서남북으로 막고있다. 『그늘 졌네, 그늘 졌네, 해가 져서 그늘 졌나, 산이 높아 그늘 졌지…』 제목 미상의 이 지방 민요는 이 곳이 강원도 첩첩산중의 한복판임을 말해준다.

아침가리는 정감록에 십승지지(十勝之地)로 기록된 곳. 어떤 적이라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란 의미이다. 원주민들이 모두 외지로 빠져나가 그 예언이 역사적으로 입증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주민 1명이 희생되고 공비 4명이 사살된 아픈 경험은 있다.

아침가리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세 곳에 나있다. 홍천군 내면 광원리, 인제군 기린면 현리, 양양군 서면 갈천리이다. 세 길은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갈천초등학교 조경분교(폐교) 인근으로 향한다. 차 한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은 넓지만 바닥 요철이 상상을 초월하고 비가 오면 유실되는 구간이 많다. 승용차는 「절대불가」이고 4륜구동차라도 일기가 불순하면 곤란하다.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지 조경분교를 거쳐 다른 길로 빠져 나가려면 대략 40㎞쯤 걷게 된다. 중간중간 쉬어간다면 여명(오전5시)에 출발해 저녁노을이 질 때(오후7시) 일정을 마칠 수 있다.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의 즐거운 소리,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원시림의 비경, 무릎 아래에 핀 이름모를 야생화를 감상하려면 걷는 것이 제격이다.

전기는 물론 전화(무선통신 포함)도 없는 조경동에는 달랑 세 가구에 세 명의 남자가 산다. 원주민은 아니고 이 곳이 좋아 머무르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지인의 잦은 출입이 반갑지 않다. 끝까지 남겨둬야 하는 몇 안되는 원시적 자연이 자칫 다칠까봐서이다. 그들의 염려대로 이미 훼손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야영과 취사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텐트를 치고 불을 지핀 자취가 있고 우유팩, 음료수병등이 드문드문 버려져 있다. 조경분교 앞마당에도 주민들이 주워다 놓은 플래스틱 병들이 쌓여있다.

이 곳은 쓰레기가 한 번 버려지면 되가져 나가기 힘들다. 이곳을 트레킹 한다면 비닐봉지 하나씩을 준비하자. 인공의 때가 전혀 묻지않은 무구한 자연을 보면 나도몰래 이 곳을 지켜야 한다는 자연사랑이 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제=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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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 아침가리골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홍천을 지나야 한다. 홍천으로 가려면 양평이나 춘천을 거치는 두 길이 있다. 홍천 신내4거리에서 우회전, 56번 국도를 타면 내면 광원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 갈 수 있다. 원래 상남을 거쳐 446번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지만 공사로 막혀있다.

상남을 지나 현리를 앞두고 덕다리에서 우회전하면 방동리로 들어간다. 홍천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양양행을 타고 광원리와 갈천리에서, 인제행을 타고 현리에서 내려달라면 된다. 종착지는 같더라도 가는 길이 틀릴 수 있으니 꼭 물어볼 것. 숙박시설은 민박이 대부분이다. 평일 2만원, 주말 3만원을 받지만, 유원지를 대부분 끼고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값이 오른다. 아침가리에는 물론 식당이 없고 주민도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간단한 요기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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