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어찌 젊은이들만의 것이랴. 중년의 안정감이 돋보이는 이호재(49)와 전무송(49)은 물론, 장민호(76)와 백성희(75) 조차도 젊다. 고설봉(87), 황정순(78)까지. 최근 악극 붐에 편승하지 않고, 연극의 자존심을 걸었다.국립극단의 「무의도기행」과 극단 신협의 「툇짜 아저씨와 거목」. 중견들이 만드는 두 사실극 무대. 하나같이 진지함이 가득하다.
「무의도 기행」은 한국연극 초창기의 거두 함세덕의 41년 작. 38년 가난한 어촌 무의도(舞衣島)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운명과의 승부가 주제다.
이 작품은 원작자가 45년 월북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금기시돼 오다 6월에야 무대에 올려졌다. 우리말 맛과 느림의 멋 덕택에 당시 관객들은 11일의 공연 기간을 못내 아쉬워 했던 연극이다. 「느림」의 멋을 음미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1시간 40분이었다. 장민호 백성희 등 두 노장의 연기를 최상설 이혜경 등 중견들이 받쳐준다. 각색·연출 김석만. 22일까지의 재공연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4시. 동숭아트센터동숭홀. (02)2274_1151~8
「툇짜 아저씨와 거목」은 두 동갑나기 중견 이호재와 전무송의 열연이 돋보이는 무대다. 각각 60세의 인쇄중계업자, 59세의 낙천적 건달로 변신한다. 지난해 「천년의 수인」에서 입증됐던 둘의 노련한 버디(한 쌍) 연기가 다시 기대된다. 여기에 만년낙방 고시생, 문학청년, 순진한 처자, 기타 달랑 들고 떠도는 청년 등의 군상은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삶의 풍경을 성큼 들이민다.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모인 가운데 벌어지는 마지막 20분간의 북청사자놀음판이 압권. 사단법인 북청사자놀음(이사장 이근하선) 단원 15명이 출연한다. 전세권 작·연출. 오영수 홍유진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 고설봉 등 원로가 함께 한다. 22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 평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토·일 4·7시.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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