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관련된 충무로의 속설들. 「제목에서 이미 흥행이 결판난다」 「한 글자 제목은 안된다」 「긴 제목은 금물」 「가능하면 영어나 원제를 그대로 써야 지성적인 영화가 된다」등등….아직도 충무로에서 멋진 제목으로 회자되는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 쉬우면서 약간 선정적이고, 그러면서 품격도 있고 영화 분위기에도 맞는 「뽕」.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The Cure」) 등은 제목으로 성공한 외화. 우리보다 수입시기가 앞섰던 과거에는 일본의 좋은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애수」(「Waterloo Bridge」)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등.
「컷 스롯 아일랜드」 「2 다이 4」」 「원 나잇 스탠드」처럼 영어 제목을 그대로 쓰거나 변용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영화보다는 원제의 뜻을 살린 「흐르는 강물처럼」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 멋진 제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난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처럼 긴제목도 이제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96년 우리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외화 「아름다운 비행」을 최고 좋은 제목으로 선정한 영화 동호인 모임 「영광회」 회원인 박영복, 최인화씨가 최근 「제목으로 영화읽기」(현암사)를 출간했다. 둘은 『갈수록 제목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다. 「프리처스 와이프」 「댓 싱 유 두」식의 원제 남용, 「블루 섹스」(「Paid To Kill」) 「솔드아웃」(「Jingle All The Way」)같은 엉뚱한 제목, 「채널 식스 나인」 「코르셋」 「미스터 콘돔」처럼 외국어를 남발하는 우리 영화 제목. 「댄스 댄스」 「해피 엔드」 「텔미 섬씽」 등 지금도 여전하다. 물론 「초록물고기」 「쉬리」 「태양은 없다」「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박하사탕」도 있지만.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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