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900년전에 저질러진 일들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500여명의 기독교인들을 이끌고 12일 예루살렘 구도시에 도착한 린 그린(51)씨는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그가 말한 과거의 만행은 십자군의 예루살렘 점령이다. 기독교인에게는 성지회복이었지만 당시 이곳에 거주하던 회교, 유대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참살됐다. 미국태생 영국인인 그린은 『십자군의 무자비한 대학살은 예수가 몸소 보인 실예(實例)에서 벗어났다』는 참회의 뜻을 입증하기 위해 9년전부터 「반(反) 십자군」행진을 계획했다.
그린의 행로는 1차 십자군이 지나갔던 길을 되밟는 장장 5,000㎞의 대장정. 96년 부활주일에 독일 쾰른을 떠나 3년여만에 예루살렘에 당도했다. 그린일행은 예루살렘이 십자군에 함락된 지 꼭 900년이 되는 15일 예루살렘 성벽위에서 소규모의 기념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행진에는 한때 유럽 기독교신자 2,500명이 참가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단계에는 23개국 기독교인 500여명이 남아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한편 이스라엘 당국도 제1차 십자군 원정 90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박물관에서「성지의 기사들: 예루살렘의 십자군 왕국」이란 대규모 전시회를 여는등 기념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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