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기나 카메라 등 전자장비를 이용해 사생활을 감시하고 불법으로 알아낸 개인정보로 채무자를 추적해 빚을 받아 주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심부름센터가 12일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일주일간 단속을 벌인 결과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 45건을 적발, 55명을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불법행위를 하는 심부름센터가 서울에만 1,000여곳, 전국에 3,0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사생활을 샅샅이 추적하고 알아낼 수 있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옷을 입고 있으나 추적자들 앞에서는 사실상 벌거벗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경찰이 압수한 몰래카메라 무전기 카메라 망원경 등 최첨단의 장비들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이 사생활을 침해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최선의 체제다. 특히 자유사회는 사생활이 우선 보장되어야 하고 사생활보장 없이는 전체주의사회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질 수도 없다. 누구나 감시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자산업이 발달하고 정보화가 가속화하면서 사생활침해 가능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핀홀이라 불리는 극소형 카메라는 바늘구멍만한 틈새로 실내의 상황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창문의 떨림을 감지해 실내에서 오가는 대화내용을 외부에서 엿들을 수 있는 정교한 도청장치도 개발됐다. 또 공중에 떠 있는 위성을 활용해 차량의 이동경로를 24시간 파악하고 차안의 대화내용까지 알아낼 수 있는 기술도 이미 실용화됐다.
사생활 보장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와 직결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해 남용되는 감청, 미행 등도 줄여 나가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우선 정부가 이 선언을 철저하게 지켜야만 국민들이 사생활침해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 해방될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도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을 비롯해 형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통신비밀이나 사생활의 자유가 대체로 잘 보장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사생활이 경시되는 사회풍토에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번 경찰 수사는 우리나라에서 사생활이 얼마나 무참하게 침해되고 있으며 인권이 얼마나 유린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정부는 국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더 확실한 사생활보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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