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은 분명한 국지전이었으므로 인근지역에 민방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총리, 행정자치부장관, 경기도지사가 직접 민방위비상관리시나리오를 운영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같은 민방위체제는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씨랜드에는 어린이이용시설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자동소화설비와 소방차자동출동설비(소방서에 화재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설비)가 없었으며 정부종합청사에는 국가중요서류취급소라면 반드시 설치됐어야 할 서류비파괴소방설비가 없어 화재에 무방비였던 것은 소방법 미비와 규제혁파의 오용사례이다.
군청의 씨랜드 단전요청을 한전이 묵살한 것도 국가재난관리법 시행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제2의 삼풍참사를 예감케한다.
대구지하철공사 폭발사고, 성수대교 붕괴, 안양 지하공사장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잇따라 터진 대형참사로 국민생명방재안전정책에 대혁신이 이뤄지는듯 했다.
총리실에는 총리가 직접 재난관리를 담당하도록 당당심의관을 두고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각 부처에 시설물안전관리담당관을 두어 수시로 안전점검·재난예방 활동을 펴도록 했으며 그 실무는 행정자치부 민방위본부에 재난관리국을 신설, 일별 주별 월별계획을 세워 총괄케 했다.
또한 소방기능을 대폭 확충해서 구급구난업무를 확대집행케 했다. 덕분에 이 법에 시행된 96년 이후 국민은 대형참사로부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왜 다시 참사가 고개를 드는 것인가. 대답은 명료하다. 새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총리의 평시 국가재난관리 업무를 없앴고 주무부서인 행자부 재난관리국을 폐지했으며 행정부처의 의무도 축소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 최상급 화학·생물학 무기체계를 완비하고 경비행기나 행글라이더로 남한국민 대다수를 살상하려고 하는데 민방위 고유부서가 없어 화학·생물학전에 대비한 민방위정책을 못펴게 된 것이다. 현대 정부정책의 핵심의무인 국민생명안전보장을 무력화시킨 정책입안자는 씨랜드 참사책임을 지고 기소된 군수와 마찬가지로 처벌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규학· 생명문화운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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