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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비명TV' 가학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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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비명TV' 가학의 끝은 어디인가

입력
1999.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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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1일 방송 3사의 오후 7시대 프로그램. MBC 「해결 대작전, 일요일 일요일밤에」 의 「소방훈련 스타 119」 코너. 작곡가 겸 진행자로 활동하는 주영훈의 고가 사다리타기 등 공포체험 하이라이트. 무서움에 질려 울고 불고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쳐졌다. 줄타기를 하지 못해 쩔쩔매는 주영훈을 보고 있던 연예인들의 킬킬대는 모습.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탤런트 이나영이 「99, 뒤돌아 보지마」코너에 출연, 교실에 나타나는 온갖 귀신분장을 한 스태프에게 시달리며 눈물을 흘렸다. SBS 「서세원의 수퍼스테이션」의 「현상수배」 코너에선 개그맨 김미화가 시민들에게 손목을 잡히는 등 수난을 당했다.

이른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공포·체험 프로그램」. 비판자들은 그러나 시청자들의 가학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명인사를 동원해 괴롭히는 것일뿐,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한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충북 단양에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스타 함께 합시다」 코너를 촬영하던 99년 미스코리아 한국일보 손혜임(22·대구대 사회복지학과 2)씨가 패러글라이딩과 번지점프를 잇따라 시도하다 목뼈에 골절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손씨는 패러글라이딩을 한 후 번지점프에 성공하고 카메라를 향해 손까지 흔들었다. 그러나 몸을 묶은 줄을 풀고 4㎙아래 물로 뛰어드는 과정에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 결과 목뼈에 골절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다. 초보자에 불과한 연예인을 잠시 훈련시킨 뒤 오랜기간 훈련을 받은 사람도 힘든 고난도의 체험을 시켰다. 진행자는 옆에서 『성공하면 최초』라는 말로 부추기면서 공포 상황을 즐기는 인상을 주었다.

연예인 체험 프로의 출발은 4월 15일 MBC의 「해결 대작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다. 고소공포증을 해소한다며 최진실을 고가 사다리로 밀어 넣으면서 울부짖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줬다. 시청자단체는 시청자들에게 가학적인 웃음을 강요하는 프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SBS, KBS도 MBC를 베끼기 시작했다. SBS는 「기쁜 우리 토요일」, KBS는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를 통해 연예인 괴롭히기를 본격화 했다.

공포의 끝은 어디인가? 수단과 강도는 점점 다양해졌다. 고가사다리 타기,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하면서 번지점프하기, 경비행기 타기, 빙벽타기 등이 동원됐다.

이제 방송사들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주부 어린이들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SBS는 매주 토요일 「생방송 행복찾기」에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다는 명분으로 주부들에게 고공 번지점프를 시킨다.

방송사들은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출연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당기간의 훈련에 안전교육을 받고 의사의 신체이상 여부를 진단한 후 출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청자 단체들은 방송사들이 시청률만 의식, 공포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 웃음을 강요하는 프로그램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청자들도 처음에는 재미를 느꼈을지 모르나 나중에는 분노가 치민다.

방송위는 문제가 확산되자 이같은 프로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방송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방송위 연예오락심의위가 건의한 KBS 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등 연예인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모두 일본에서 시작됐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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