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단행된 국민회의 당직개편은 난제가 산적한 정국을 화전(和戰) 양면의 조치로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공동여당내 갈등과 여야 대치정국을 적당한 미봉만으로 풀어 나가기가 곤란하고, 그렇다고 저돌적 돌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상황인식이 당직개편의 저변에 깔려 있다.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이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원칙론자에 가까우면서도 신축성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김영배(金令培)전대행처럼 완급의 조절없는 일방행동은 공동여당의 균열을 초래한다는 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판단인 것 같다. 이와는 달리 마냥 유연하게 대응하다가는 내각제 문제, 정치개혁 등의 현안들을 확실하게 매듭짓기가 힘들다는 현실도 감안했을 것이다.
따라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면서 힘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이대행과 한총장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대행이 정치개혁의 주창자라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조속한 완결의지도 읽혀진다. 국회 정치구조개혁특위위원장인 임채정(林采正)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발탁한 것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여권 핵심부는 지지부진한 정치개혁협상에 마냥 끌려다니기 보다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정면돌파를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원내총무도 협상력을 갖춘 원칙론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대행이 국민회의의 취약지역인 대구·경북(TK)출신인데다 이규정(李圭正)지방자치·서한샘홍보위원장, 정영훈(鄭泳薰)연수원장이 영입파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정권이 초반부터 공을 들여온 대구·경북에 여전히 애착을 갖고 있음이 이대행 임명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영입파의 대거 발탁도 소외감을 느끼는 영입파를 위무하는 측면과 함께 한나라당내 이탈가능세력을 향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는 전국정당화의 구상이 살아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한총장,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 등 동교동계의 전진배치는 당내 결집력과 정국주도권의 강화를 노렸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당직개편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대행이 신한국당 대표서리를 지내다 탈당, 국민신당을 거쳐 국민회의에 입당했다는 점에서 『야당의 정통파에는 사람이 없느냐』는 자조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행의 당 장악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같은 지적들은 국민회의 새 지도부가 극복해야할 과제들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