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출간돼 인문과학서 시장에 베스트셀러 바람을 몰고 온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가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이 책은 상명대 김경일(중어중문학) 교수가 바다출판사에서 낸 한국 유교문화 비판서. 「화끈」한 제목에 내용이 직설적이어서 출간하자마자 눈길을 끌었고 두 달 여 만에 판매 부수가 10만권에 달했다. 여러 신문 방송에서 「공자 논쟁」을 벌이게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하지만 책 내용을 두고 속 끓이던 성균관이 「포문」을 열고 말았다. 성균관은 최창규 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김경일 요서(妖書)사건 성균관 유림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7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이 책이 「자신들과 공자를 명예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책의 판매금지도 요청했다.
성균관은 고소장에서 이 책이 「성인과 유교를 모독하고 능멸하는 패역한 표제의 책」이라며 「교리를 계승하고 실천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말류의 폐단을 학문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시정 잡배들도 차마하지 못할 비루하고 저속한 표현으로 공자를 폄훼모독하고 유교를 본원적으로 부정하였다」고 주장하며 「엄벌」을 요청했다. 성균관은 고소장에서 김교수를 두고 「지각마비자」 「환각상태의 정신질환자」라는 「극언」마저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고소를 당한 출판사와 김교수 쪽은 느긋한 모습이다. 바다출판사 김인호 사장은 『직설적인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유교문화의 병폐를 지적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쓴 말들이지, 말 그대로 공자가 잘못했다고 따지고 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500여 년 전 중국 사람의 잘잘못을 따진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리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은이 김교수는 성균관이 고소한 이틀 뒤 1년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대에 교환교수로 출국한 상태. 출판사는 고소가 기각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며 안심하고 있다.
책을 팔기 위해서는 과감히 「튀어야」 할지, 아무리 튀어도 대상을 적당히 가려야 할지,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 볼 일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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