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여진 책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소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생활에 도움주는 실용서(하우 투 북)도 사정은 똑같다. 문제는 책의 「초점」. 올해 초 출간된 「집에서 만드는 호텔요리」(디자인하우스 발행)와 지난해 말 나온 「맛있는 빵 케이크 쿠키 집에서 만들기」(동아일보사 발행)는 초점 맞추기에 성공해 두 책 모두 짧은 기간 수 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집에서…」는 신라호텔 주방장 8명이 호텔에서 만드는 101가지 요리 만드는 법. 「맛있는…」은 나폴레옹 제과 등 잘 알려진 서울의 제과점 10군데서 만드는 제과·제빵 비법이다. 호텔 음식이란 비싼 값만 제쳐둔다면 언제라도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다. 유명 제과점의 빵도 비슷하다. 이 책들은 소비자들의 「고급스러움」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매우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밥보다 빵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고급 가스오븐레인지」가 혼수에서 절대 빠질 수 없게 된 문화의 현상을 잘 포착하고 있다.
그럴듯한 식사를 집에서(물론 싼 값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집에서…」는 손쉽게 만드는 요리를 중심으로 한식과 일본식, 중국음식,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까지 5개 나라의 음식을 소개했다. 「맛있는…」 역시 제과점의 대표 제빵사들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90여 가지 빵 만들기법을 담아 놓았다. 특히 오븐으로 빵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책을 사들고 간 사람들이 집에서 호텔요리를, 멋들어진 빵을 만들거나, 먹은 경우가 과연 얼마일까? 소설은 읽어서 감동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지만 좋은 요리책은 읽어서 「실천」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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