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저거 완전히 SF영화 아냐?」요즘 TV광고들을 보면 짧은 SF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매트릭스」,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등의 할리우드 SF영화에서 나오는 다양한 특수기법들이 그대로 광고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던진 야구공이 공중에서 순간 정지하고(삼보컴퓨터), 거실에 앉아 있던 「순풍산부인과」의 가족들이 공중에서 회전하며(기아 카렌스),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르던 안성기가 허공 위에서 둥실 떠오른 채 머물러 있다(삼성전자 애니콜).
삼보컴퓨터 드림시스 광고와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의 이런 장면들은 「매트릭스」에서 사용돼 화제를 모았던 「플로모션」(Flow-motion·혹은 스톱모션)이라는 특수 촬영기법의 하나.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1초에 100프레임씩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일반 카메라는 1초에 24프레임) 120대를 이용, 동시에 촬영해 마치 1초에 1만2,000프레임의 화면이 지나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키아누 리브스가 마치 우아한 발레 동작을 하는 듯 총알을 피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이 기법은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신비로운 착각을 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순풍산부인과 가족이 등장한 기아의 카렌스 광고에서는 카메라 30여대를 이용, 동시에 다각도에서 촬영한 뒤 촬영된 수십개의 앵글을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여 하나의 필름 형식으로 담는 작업을 거쳤다.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는 안성기와 장혁이 공중에서 「애니콜 폴더」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다. 주위의 사람들과 물체들은 그래도 흘러가고 폴더와 장혁, 안성기만 멈추어져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플로모션과 달리 스틸 카메라 수십 대를 연이어 배치,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러 정지화면을 잡아낸 뒤 이를 연결해 움직이는 화면을 만들어 내는 「스톱모션」기법도 있다. 삼보컴퓨터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슈마 광고가 이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인 바 있다.
삼보컴퓨터 광고 제작진은 공중에 멈춰 있는 공을 중심으로 박찬호의 투구폼이 회전하는 화면을 잡기 위해 그의 주위에 150대의 스틸 카메라를 설치, 30여차례의 NG 끝에 겨우 공이 손을 벗어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매트릭스의 뒤를 이어 개봉돼 올 여름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역시 광고회사들이 빠뜨릴 리 없다.
한국통신의 「초고속 프로젝트 21」광고는 마치 스타워즈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커다란 혹성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운석들이 움직이는 입체적인 우주공간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이 우주공간 위에 인터넷의 「스크롤 바」(Scroll Bar)가 충전되는 모습이 떠오르고 동시에 우주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초고속 프로젝트21』이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아예 광고 전체가 한편의 SF영화처럼 만들어진 것도 있다. LG의 「디지털LG」이미지 광고가 바로 그것. 이 광고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스타워즈의 「나부」행성을 연상시키는 여자모델이 있는 미래의 도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맨해튼의 건물등 세계 곳곳의 풍물이 한데 모여있는 듯한 풍경을 지닌 상상의 장소다. 이 도시는 실제 세트가 아니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도시다. 모델을 제외한 모든 배경 역시 3D 그래픽으로 만들어 낸 가상 스튜디오다.
광고업계에서는 최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각 기업들이 자제해왔던 광고를 경쟁적으로 제작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형태의 화려한 볼거리들로 무장한 광고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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