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청남대 구상을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각제, 국민회의 개편, 특검제 등 전반적인 정국돌파책이 담길 김대통령의 구상이 전향적인 수습책이 될 수도 있고 공세적인 국정 운영쪽으로 맞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김대통령이 귀경일을 하루 늦춘 것에 주목하며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를 짚어보고 있다.일단 한나라당이 짐작하는 국민회의 개편의 기본 틀은 「2여 공조속 대야협상」. 자민련과의 마찰을 없애는 쪽에 주력하되, 야당과 「대화를 할 수 있는」인물로 라인업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잇따른 악재와 공동여당의 균열 등으로 여권이 정국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빼앗긴 전반기의 정국상황과 내각제 시한이 걸려있는 후반기의 정치 스케줄을 감안해 나온 전망이다.
한 당직자는 『여권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현재의 정국은 밀어붙이기로 풀릴 상황이 아니다』며 정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부영(李富榮)총무도 『새진용과 몇 합을 겨뤄보고 「진검승부」, 혹은 「목검승부」를 벌일지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특검제 및 국정조사 문제에 대해 신축적인 카드가 나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추경안이 걸려있는 이번 임시국회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은 야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총재회담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높지만 급박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총재회담이 교착을 푸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김대통령의 귀국 기자회견에서의 제안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양쪽 모두 「밥만 먹는 만남」보다는 「그럴 듯한 요리를 만드는 자리」를 원하는 만큼 충분한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진용과의 만남도 없는 데 총재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무리』(이부영총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신경식·辛卿植총장)는 등의 언급에서 보듯 내주부터 물밑접촉은 시작하되 서두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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