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서울의 4대문안을 역사성이 살아있는 쾌적한 문화중심지로 가꾸겠다는 서울시의 도심지 관리시책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도심지 핵심부를 보행자 친화적인 교통운용 지구로 지정해 교통환경을 개선하겠다니 시민들로서는 기쁜 소식이다.보행자를 위한 교통시책의 내용은 횡단보도를 확충하고, 차 없는 거리와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하며, 신호주기를 개편해 보행을 편하게 하고, 도심순환 대중교통망을 구성한다는 것 등이다. 도심순환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버스와 경전철을 검토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경전철은 도심지 미관문제와 관련되는 시설이므로 시민의견을 충분히 들어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횡단보도를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정비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네거리 종로네거리에 조차 횡단보도가 없어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서울처럼 시민의 보행권을 박탈하는 도시는 없다. 모든 도로시설과 도시기능이 자동차 소통위주로 돼있어 보행자들은 지하도나 육교 이용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하도의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는 바로 눈앞의 건물에도 갈 수 없으니 장애자와 노약자들에게 서울거리는 섬이요 사막이다.
지하도나 지하철역이 있는 교차로에는 횡단보도를 둘 수 없다는 기상천외의 규정이 있다니 되도록 보행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서울시 행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불편을 호소하자 겨우 광화문 네거리와 신촌에 편도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네곳중 한곳에만 횡단보도를 설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울시는 종로의 8차선 차도를 6차선으로 줄여 인도를 넓히고 나무를 심어 대표적인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고 한다. 내부순환도로 개통으로 종로의 자동차 교통량이 10%쯤 줄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도가 넓어지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교통의 흐름을 차단하지 않을 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보다는 기존의 보도들을 구석구석 살펴 가다가 끊기는 길을 잇고, 없는 보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보행자를 위한 시책이 나온 김에 서울 외곽지와 전국 모든 도시에 보행권 존중시책을 주문하고 싶다. 한국의 대표적 공연시설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앞길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하루 수천명의 이용자들이 거의 1㎞를 우회하고 있다. 한밤에 지하철이 끊기면 역사가 폐쇄돼 무단횡단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까지 있다. 국민은 걷고 싶은 거리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횡단보도를 먼저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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