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에 오염된 모유(母乳)를 계속 먹여야 하나, 분유로 바꿔야 하나」. 요즘 신생아를 둔 엄마들의 고민이다. 강력한 발암물질이자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다이옥신이 모유에서도 대량 검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모유 수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일본에선 최근 모유를 먹는 생후 1~2개월 유아들의 하루 다이옥신 섭취량이 체중 1㎏ 당 49.1~126.5pg(피코그램·1조분의 1g)으로 자국 허용기준치(4pg)의 12~32배, 성인 평균 섭취량(3.5pg)의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서도 지난 해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교수팀이 서울과 인천에 사는 산모 10명의 모유를 분석한 결과 모유 지방 1g에 평균 18pg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아가 매일 800g의 모유를 먹을 경우 몸무게 1㎏ 당 하루 평균 52pg의 다이옥신에 노출되는 셈이다.
모유가 아기 건강에 좋다고 믿어온 여성들은 이같은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모유 수유를 계속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엄마 젖 먹이기」운동을 벌여온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도 쇄도하는 문의전화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모유에 함유된 「락토페린」 성분이 아기의 두뇌발달을 돕고 세균과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장점이 있다며 모유를 적극 권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모유의 다이옥신 오염실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유아의 건강과 지능발달을 위해서는 모유가 여전히 낫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후생성과 세계보건기구(WHO)도 『다이옥신 하루 섭취량 기준은 평생 섭취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단기간의 수유에 대해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며 『비록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으나 유아의 건강과 발육에 유리한 요소가 많은 만큼 모유를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벌여온 일본의 소비자단체 「일본 자손기금」은 모유 다이옥신 파동이 불거지자 대안으로 생후 3~4개월까지만 모유를 먹이되 이후에는 우유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현실적으로 사람의 모유에 다이옥신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점을 감안, 유아의 하루 다이옥신 섭취량을 100pg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람의 모유에는 식물과 동물 등 두 단계를 거치면서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농축돼 있는 반면 식물만 섭취하는 소의 젖(우유)에는 다이옥신 함량이 적다. 분유는 탈지(脫脂)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이옥신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모유를 계속 먹이되 음식물 섭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다이옥신은 주로 동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지용성인 만큼 육류에서 지방을 떼내고 먹고 생선도 지방이 많은 내장이나 껍질 등을 피하면 다이옥신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옥신이 발생되는 소각장, 농약·종이공장 주변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먹지 않는 게 좋다.
연세대 신교수는 『모유를 먹는 기간은 1년 정도지만 이 시기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유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모유 수유의 장·단점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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