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대행의 경질사태를 맞은 국민회의는 지금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끓고 있다. 자민련측에 쏘아 붙이고 싶은 말이 목젖에 까지 차올라 있지만 감정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고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안동선(安東善)지도위의장이 김종필(金鍾泌)총리를 겨냥해 날린「역사의 아이러니」발언에 내심 『속이 후련하다』는 분위기다.이번 사태를 자민련측의 「횡포」로 보는 국민회의측 관계자들은 『도가 지나쳤다』 『자존심이 상한다』등의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원로를 자처하는 JP의 「격노」와 자민련 당직자들의 「과잉대응」에 대해선 한결같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회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총리가 갈라선다는 얘기까지 하면서 꼭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수긍이 안간다』며 『평소 존경해 왔던 김총리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저에 김총리가 진두지휘한 「내각제 몽니」가 도사리고 있다면 『치졸한 방법』이라는 비난도 서슴없이 터져 나온다. 『자민련은 마치 국민회의가 자민련에 내각제라는 빚을 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빚독촉에 혈안이 된 빚쟁이처럼 굴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같은 흐름이다. 특히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총무가 『김영배(金令培)대행에 대한 조처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회운영에서 협력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선 『명색이 집권당의 지도자를 두고 해도 너무한다』며 가시돋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측의 쌓인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회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민련 사람들은 국회 등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않을 뿐만 아니라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도 비일비재한 데 왜 국민회의 사람들이 김총리를 조금만 건드리면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쏘아 붙였다. 물론 국민회의의 책임있는 주요 당직자들은 『공동여당간의 갈등은 막후에서 조용히 풀어야 한다』는 한화갑(韓和甲)특보단장의 말처럼 「자제」를 당부하는 쪽이지만 내부의 「끓는」분위기를 가라 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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