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핵폭탄으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경무장한 상선으로 일본까지 수송하는 계획(본보 6월24일자 21면 보도)을 강행하려 하자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이 육탄저지를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그린피스는 8일 『허술한 경비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플루토늄을 수송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강행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린피스는 95년에도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핵폐기물 운반선을 시위용 선박 등으로 저지하려다 프랑스 해군에 의해 진압당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영국 「배로 인 퍼스」항에 정박 중인 영국선적 「퍼시픽 핀테일」,「퍼시픽 틸」호는 12~19일 각각 30㎜ 대포 3대를 장착하고 무장 경비원 26명을 태운 채 영국과 프랑스에서 생산된 플루토늄 446㎏을 2만마일이나 떨어진 일본까지 70여일에 걸쳐 실어나를 계획이다. 이 중 한 척은 10일 프랑스 항구도시 셰르부르로 출발, 현지에서 플루토늄을 선적할 예정이다. 영국 상선이 선박안전을 위해 무장을 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며, 이들이 수송할 플루토늄은 핵폭탄 6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린피스가 저지 투쟁에 나선 것은 특히 이번 수송이 앞으로 플루토늄 해양 수송의 전례가 될 수 있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계획한 경무장 수송에 성공할 경우 향후10년동안 같은 방법으로 80회에 걸쳐 해양 수송을 감행할 계획이다.
그린피스는 무장 호위함의 보호도 없이 수송할 경우 항해 도중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며, 사고로 핵물질이 해상에 유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일본의 플루토늄 축적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세계적인 핵확산 저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상선의 승무원들도 위험 수당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옥스포드연구그룹을 인용, 해양수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에 들여오는 플루토늄을 간사이(關西)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이(福井)현 다카하마 핵발전소에서 핵연료로 쓸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한국의 환경단체들은 문제의 다카하마 발전소 중 4호기가 한국의 동해쪽에 위치해 있어 수송선 중 한 척이 부산 앞바다를 지나 갈 것으로 추정,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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