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아요』씨랜드 화재참사와 관련해 군청공무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던 이모(54·농업)씨의 분통어린 한마디다. 부패한 공직사회가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듯이, 30년전 공무원의 잘못탓에 자신의 땅을 고스란히 날렸던 이씨는 이번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씨는 68년 화성군청에서 시행한 「영천지구 경지정리사업」의 피해자다. 당시 화성군 동탄면 영천리지역은 새마을운동 시범구역으로 선정돼, 어느 지역보다 먼저 경지정리가 이뤄졌다. 꾸불꾸불한 논을 바둑판 모양으로 정리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토지손실은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이씨의 땅인 영천리 123의3번지는 실제 경지정리는 이뤄지지 않은채 도면상으로만 한 것으로 처리돼 순식간에 남의 땅이 되고 말았다. 이씨 소유의 1,587평중 남은 것은 고작 411평. 더구나 이씨의 땅은 신갈저수지의 용수혜택을 받을 수없는 고지대에 위치해 당초 정리 대상도 아니었다.
이씨의 추측은 이렇다. 『경지정리 사업비를 유용한 당시 화성군청 담당자가 감사가 나온다니까 엉뚱하게 내 땅에다 선을 그어놓고 경지정리를 한 것처럼 내보인거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이씨는 화성군청, 경기도 등에 수없이 진정서를 냈지만 『주변 토지소유주들과 합의를 하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화성군청의 현직 경지정리 담당자는 『실제 정리가 안된 지역을 마치 개발한 것처럼 도면처리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을 소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그러나 시간이 너무 흘러 합의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다.
『땅이야 잃을 수도 있지만, 비리공무원들 때문에 피지도 못한채 져버린 어린 목숨들은 어떻게 달래겠습니까』고 탄식하는 이씨의 말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화성=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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