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져 『우우우~』하면, 코끼리들이 몰려와 구해준다. 포악한 인간과 자연재해로부터 동물을 보호한다. 밀림에서 자랐다기보다는 밀림에 파견된 듯한 세계 수영챔피언 출신 조니 와이즈뮬러의 모습. 흑백TV로 방영돼 30,40대 기억에 남아있는 1932년판 타잔이다.디즈니의 38번째 장편애니메이션 「타잔」(감독 케빈 리마, 크리스 벅)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외모만 인간이지 고릴라이다. 치타도 없다. 네발로 기어다니고 표범의 동작으로 밀림을 스노우보드를 타듯 돌아다닌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앵글로 잡아내는 「딥 캔버스」(Deep Canvas) 기법의 힘이다. 표범과 싸울때 그의 움직임은 너무 빠르고 유연해 눈만 깜박거려도 놓친다.
소년 시절의 타잔은 너무나 귀여운 개구장이고, 청년으로 성장한 타잔은 맹수같은 근육질로 성적매력까지 자랑한다. 두 모습으로 「타잔」은 웃음에서 출발해 호쾌한 액션으로 옮겨간다. 배의 난파와 부모의 죽음으로 밀림에 버려진 아기가 어미 고릴라 칼라(글렌 클로즈의 목소리)에 의해 발견됐을 때의 천진난만함, 개구장이 타잔이 벌이는 모험과 실수가 따뜻하고 즐겁다. 여기에 생동감을 살려주는 재미난 캐릭터들. 존 콜린스의 노래(우리말 더빙판은 윤도현이 불렀다)는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감정을 전하는 내레이션의 역할을 한다.
디즈니 창작애니메이션이 고집하는 「가족사랑」이란 주제도 여전하다. 인간을 자식으로 받아들인 칼라의 모성애,「미운 오리새끼」이면서도 목숨을 걸고 아버지 고릴라 쿼착을 구하는 타잔의 운명 공동체적 행동은 범자연적 가족관을 반영한다. 제인(미니 드라이버의 목소리)의 출현으로 잠시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하지만, 타잔은 밀림에 남는다. 그리고 제인까지도 문명세계를 버리고 자연을 선택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무위사상. 디즈니는 지난 달 실사(實寫)영화 「인스팅트」에서도 이런 주장을 했다.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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