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영화의 출발은 1922년 독일 표현주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Nosferatu)」에서 출발한다.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들은 동유럽에서 유래된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음습하고 어두운 독일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방편으로 사용했다.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은 79년 탐미적 뱀파이어 영화 「이자벨 아자니의 뱀파이어(Nosferatu The Vampire)」라는 리메이크작을 통해 노스페라투에게 경의를 표했다.소설이나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이성을 유혹한 뒤 사랑의 감정이 절정에 이를 때 이빨로 목을 물어 뜯는다. 이런 성적 코드는 할리우드가 수많은 드라큐라 영화와 뱀파이어 영화를 만들어내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많은 감독들이 뱀파이어 영화를 만드는 것은 뱀파이어라는 「비인간」을 매개로 전통적 남녀, 가족, 사회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87년 조엘 슈마허의 「로스트 보이(The Lost Boy)」는 유원지에서 만난 미녀와 사랑에 빠져 뱀파이어가 되는 아이를 그려 「피터팬의 뱀파이어 변형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죽음의 키스(Near Dark)」는 아리조나 카우보이와 흡혈귀 소녀의 사랑을 그렸다. 컬트 분위기가 강한 흡혈귀판 「로미오와 줄리엣」.
미 공포 영화의 두 귀재인 웨스 크레이븐과 존 카펜터 감독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놓쳤을 리 없다. 「나이트메어」 「스크림」의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뱀파이어(Vampire In Brooklyn)」를 통해 흑인 뱀파이어(에디 머피)를 선보였고, 존 카펜터 감독은 「슬레이어(Vampires)」(베어·18일 출시)에서 「와일드 번치」(Wild Bunch ·미서부극의 고전) 스타일의 뱀파이어 영화를 창조해 냈다.
아일랜드 감독 닐 조던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Vampire)」는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당대의 스타를 사람에 기생해야하는 뱀파이어의 고뇌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과 시각을 달리한다.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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