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관투자가 역할 -「주가지수 1,000시대」는 「기관투자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관투자가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모아 유가증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신탁회사 은행 증권 종합금융회사 등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투신사와 뮤추얼펀드는 6일 현재 36조원에 달한 주식 간접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1,000시대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과연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찬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운용이나 분석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저금리시대에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밀려들어온데 따른 「어부지리」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최근 증시에서 대형우량주의 주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던 것도 기관투자가들의 자질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새로 펀드를 맡은 매니저들은 투자는 해야겠고 어데다 투자할지는 몰라 대형 우량주만 집중적으로 사들인뒤 미처 쓰지 못한 돈은 놀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용만(鄭用晩)하나증권 주식선물팀장은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종목을 개발하기보단 미리 정해진 종목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 지수변동에 따라 일제히 사고 팔아 주가지수를 따라가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형기업은 아무리 실적이 우량해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자금이 쏠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실적에 따른 주가차별화보다는 덩치에 따른 양극화는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관들이 지나치게 수익률에 급급한 모습도 달라져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일부 투신사들은 수익률게임을 벌이는 펀드를 시판했다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무리한 수익률경쟁과 편법이 동원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단순 수익률 뿐아니라 위험성까지 감안한 펀드평가결과를 제시하는 전문평가회사가 등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투신사뿐 아니다. 최근 모 증권사는 3억원의 상금을 걸고 수익률게임을 벌이면서 약정금액을 기준으로 포상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약정고를 높여 상을 타기 위해서는 실적에 기초한 정석투자보다는 초단기 매매를 하도록 부추기는 셈이다.
주식투자자금이 재벌그룹 계열 투신사로 몰리면서 계열사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5대그룹 계열 투신사의 주식형 수탁고는 6일 현재 15조5,258억원으로 전체 수탁고의 47%에 달하고 있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재벌계열 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금융기관 사금고화, 경제력집중 심화, 구조조정 지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투자자금이 몰려들어간 부실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와 주가급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범(韓尙範)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지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표면화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자체교육과 점검을 통해 운용 및 분석능력을 기르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증시활황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