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삼성자동차 문제가 경제를 망치고 정치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게 될 우려가 높다. 벌써 「제2의 기아사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산의 시민단체들과 삼성차 협력업체들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삼성차 문제가 급속히 정치이슈로 변질돼 가고,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가서는 안될 길로 삼성차 문제가 기어코 접어들었다.
더이상의 사태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정부가 우선 삼성차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을 수용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정치적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을 떼야만 문제를 경제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지금 삼성은 충분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차의 사업주체도 아닌 정부가 『부산공장을 가동시키도록 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부산의 정치적 움직임에 대한 이러한 정치적 대응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부산공장의 가동여부는 정부가 아니라 삼성이 결정할 사항이다. 대우전자와의 빅딜이 백지화하는 순간부터 사실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
부산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의 행동은 전적으로 잘못이다. 부산민심에 마구잡이식으로 불을 지르는 것은 전직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짓이다.
굳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면 부산시민들의 요구사항들을 제대로 정리해서 합리적 타결책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느닷없이 「정치보복」이라고 열을 올리는 것은 삼성자동차를 무리하게 허가하여 오늘의 사태를 부른 전직대통령으로서 온당치 못한 처사다.
삼성은 자동차를 재가동할 것인지 등을 빨리 결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밟아야 한다. 시간을 질질 끌면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뿐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삼성의 손실이 더 늘어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사재 추가 출연 방침을 밝혔지만, 그렇다고 삼성이 채권단에 손실금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자동차사업의 손실이 채권단의 잘못때문이란 말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차 손실을 세금으로 메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할 일은 삼성이 제대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지, 그 내용이 합리적인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게 될 일은 얼마든지 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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