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원시계곡인 강원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광덕계곡이 행정당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배수로로 전락했다. 7일 기자가 찾아간 광덕계곡은 화천군이 수익사업을 한다며 돌과 바위를 포클레인으로 무자비하게 파헤쳐 흉칙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계곡 양옆에는 시멘트를 발라 축대를 쌓았고 폭 5~10㎙의 계곡은 10~20㎙로 넓어졌다. 이렇게 해서 제 모습을 잃어버린 계곡이 무려 6.3㎞.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이 「폐허」를 가로지르는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다리는 잠수교 4개 등 7개로 건너편에 세워질 편의시설 이용객들을 위해서 건설되고 있다.
이곳은 해발 1,046㎙의 광덕산에서 발원하는 최상류 계곡으로 금강모치 물달팽이 강도래 뱀잠자리 등 희귀 수중생물들이 서식했으나 공사가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산높고 골깊은 곳이어서 갈수기에도 제법 수량이 많았으나 자갈과 모래만 남은 계곡바닥으로 물이 스며들어 공사가 진행된 곳에서는 물구경조차 힘들다.
미처 파헤쳐지지 않은 계곡은 흙탕물이 흐르면서 돌과 바위에 흙먼지가 쌓여 하수구모습을 하고 있다.
계곡 양쪽은 축대를 쌓고, 산자락을 깎아 넓은 평지를 군데군데 조성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는 강원도가 꽂아놓은 「자연보호」팻말이 무색하게 서 있다.
화천군은 이곳 27만㎡를 민자 175억원 등 264억원을 들여 2001년까지 하루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한다며 지난해 5월부터 공사를 진행중이다. 주차장 화장실 여관 민박촌 상가 음식점 농산물직판장 놀이마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지역내 주민들은 40가구 150여명으로 상당수가 행락객을 상대로 휴게소 음식점 등을 운영한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물좋고 산좋아 사람들이 오는데 이같이 파헤쳐 놓으면 누가 오겠느냐』며 무분별한 개발에 분개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성길(55·경기 의정부시 녹양동 3통5반)씨는 『무참히 파헤쳐진 계곡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수려한 계곡이 있어 오는데 계곡을 없애놓고 무슨 개발이냐』고 분노했다. /화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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