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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변칙적 富세습 왜 못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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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변칙적 富세습 왜 못막나

입력
199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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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과세는 부의 세습을 완화, 사회계층의 화석화(化石化)를 방지하는 데 취지가 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은 1935년 상속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부의 세습은 소수의 사람이 많은 다른 사람의 고용과 복지를 지배하는 소망스럽지 못한 힘의 집중을 영속화시킨다.이는 정치권력을 상속받은 것이 민주정부를 수립한 우리의 이상에 맞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물며 변칙적 방법에 의해 조세를 회피하면서 다음 세대로 부를 세습시키는 것은 당연히 방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의 세습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수준의 과세는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헌법질서와 조화될 수 없다. 그리고 축적한 부를 자손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적 본능이며 동시에 사회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상속과세제도는 변칙적 부의 세습을 봉쇄해야 하지만, 이러한 힘의 원천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한계를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적법하게 세금을 부담하면서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부에 대해 눈을 흘겨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조세를 회피한 부의 세습이 만연되었다. 조세제도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해 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변칙적 부의 세습을 방지하는 각종 장치를 보완했다. 그러나 법을 보완하는 것만으로 부의 변칙적 세습은 봉쇄되지 않는다. 그 실현은 세제의 정비에 앞서 조세제도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첫째, 금융실명제가 완벽할 정도로 정착되어야 한다.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는 변칙적 부의 세습이 대체로 금융자산(예금 주식 회사채 등)의 차명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금융실명법은 차명거래를 차단할 수 없는 구조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을 통해서도 부를 변칙적으로 세습시킬 수 있지만 이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엄격히 봉쇄되고 있다.

둘째, 주식 등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 지난 해 12월에 예외적으로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도 법정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과세하는 제도를 보완했지만 아직 매우 미흡하다. 특히 이 양도차익에 적용하는 세율은 겨우 20%(부동산 양도소득세율은 최고 40%임)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법인의 경영을 고의로 악화시켜 주당 액면가액 1만원의 비상장주식이 5,000원으로 세무평가되는 시점에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손자에게 이를 증여한 후 그 법인의 경영을 호전시킨 다음 상장절차를 밟는다. 그후 증여받은 손자가 주당 1만5,000원에 매각하면 주당 1만원의 주식양도차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작년까지도 이 양도차익은 전액이 세망(稅網)을 빠져나갔다. 지난 해의 보완조치 후에도 세율은 불과 20%여서 여전히 장치가 불완전하다. 더구나 주식의 차명을 통하면 이 장치마저 쉽게 피할 수 있다.

셋째, 공익출연재산의 사후관리가 완벽해야 한다. 공익출연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한데 문제점이 있다.

10억원의 재산을 공익출연한 경우 이에 대한 상속·증여세 감면액은 4억원 정도가 되므로 그 공익출연은 6:4의 비율로 국민이 함께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면 그중 10분의 4를 출연한 국민은 사실상 법인의 운영에 참여하는 권리를 침해당한 것과 같다. 결국 이는 부의 변칙세습에 악용될 소지가 큰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회적 인프라 그리고 상속과세제로서는 아직 재벌의 변칙적 부의 세습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변칙적 부의 세습방지는 우리에게 남은 세제상의 중요한 숙제인 것이다.

/최명근·서울시립대·조세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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