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증여의혹 및 주식소유상황 허위신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선 이번 조사는 대상이 국내 최대 재벌 총수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이회장의 증여의혹은 삼성자동차 처리의 특혜여부를 둘러싼 논란중 불거져 나왔지만, 오히려 이 부문이 소유구조라는 고질적인 재벌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재벌 및 부유층, 음성·불로소득자들에 대한 조세강화는 국세청 업무계획의 「감초」다. 이들에 대한 정당한 세금부과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됐지만 조세의 공정성·형평성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되는 일이 잦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만일 이번에도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IMF체제 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중산층을 두번 농락하는 셈이 되고, 사회정의는 뒷전으로 사라져 IMF체제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은 요원할 것이다.
이회장 일가의 변칙 증여 및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에 대한 조사는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다. 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만 따지면 된다. 여기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하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삼성생명 상장여부등 삼성자동차 해법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10%였던 이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어떻게 해서 올해 26%로 급증했는지, 주식소유현황을 허위로 신고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는 삼성자동차 문제에 휩쓸려 유야무야되어서는 안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회장의 변칙·불법적인 증여의혹을 삼성자동차 처리와 연계시켜서는 안된다.
조사 결과 세금을 탈루했으면 추징을 하고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일 법과 제도에 미비점이 드러나면 이를 과감히 개선해 재벌들의 변칙·불법적인 부의 세습을 확실히 막아야 한다.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부의 변칙·불법적 증여 및 상속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재벌개혁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도 얼마전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업들이 최근 시장에서 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자 마음이 달라졌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많아 참 힘들다』고 말한적이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제는 부의 변칙 세습을 차단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만 법과 제도를 넘어서는 밀어붙이기식은 후유증이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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