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진품 여부를 놓고 미술계에 큰 혼란을 가져왔던 서양화가 천경자(千鏡子·75)씨의 「미인도」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7일 고서화 위조·사기사건으로 구속된 미술품 위조범 권춘식(權春植)씨는 검찰 수사에서 천씨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권씨가 6월1일 검찰 조사에서 「가짜시비에 휘말렸던 천화백의 미인도 3점은 84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내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미술품 위조사건의 공소시효가 3년으로, 범행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한만큼 더 이상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미인도를 현재 보관중인 국립현대미술관측이 『80년 5월3일 미인도를 구입했다』고 밝혀 권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권씨가 미술계나 화랑가의 특정세력에 대한 음해 또는 협박을 하기 위해 이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연루된데다 「미인도」가 가짜임을 주장하는 천씨와 진품임을 주장하는 미술계가 맞섰던 91년의 미인도 파문 이후 「위조범의 자백」이 처음으로 나온만큼 이제라도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미인도 가짜소동은 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복제품보급을 위해 소장중이던 4호짜리 미인도를 아트포스터로 제작, 대량판매하면서 시작된 사건. 천씨는 당시 『내 그림의 특징적 요소를 조합해 누군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한국화랑협회 등은 천씨의 작품이 분명하다고 감정했다.
천씨는 이같은 감정결과에 충격을 받고 절필을 선언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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