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들이 대졸 여성 디자이너를 채용하면서 외모와 신체사이즈를 자격요건으로 명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논란의 핵심은 「사업주는 여성직원을 모집·채용할 경우 직무의 수행에 필요로 하지 않는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제6조2항.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패션업체 B,D,H사 등은 최근 신규 디자이너를 모집하면서 자격요건에 「키 165㎝, 여성복 55사이즈 피팅(fitting)모델 가능한 자」「신장 165~170㎝, 신체 사이즈 가슴 32~33인치 허리 23.5~25인치 히프 33~34.5인치」「신장 165㎝이상의 용모단정한 여성」등을 명시했다. 피팅모델이란 디자이너가 가봉한 옷을 입어보는 일종의 모델.
이에 대해 의류, 의상학과 졸업반 여대생들은 『모델도 아닌 디자이너를 뽑는데 몸매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패션업계의 이같은 횡포는 여성의 성상품화라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식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개했다.
하지만 IMF이후 이들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탓에 일부여대생들은 업체의 입사기준에 맞추기위해 몸매관리를 하는등 웃지 못할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입사원서 한번 내보지 못하고 디자이너의 꿈을 접을 수 있느냐』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외모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기느라 포트폴리오 제작 등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일기도 한다.
Y대 의상학과 4학년 서모(23·여)씨는 『요즘 졸업반 학생들이 학업보다는 다이어트나 미용학원을 찾아다니며 외모가꾸기에 한창』이라며 『입사를 위해선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마저 버려야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양해경(梁海敬·46) 가족성상담소장은 『고용에 있어 「남·여성차별」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등 법적인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여성간의 외모를 따지는 「여·여차별」의 경우엔 법적으로 미비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을 앞둔 여성들이 실력보다는 다이어트나 미용수술에 더 큰 관심을 갖게함으로써 경제적 낭비는 물론, 왜곡된 여성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의류업체의 관계자는 『IMF이후 경비절감 차원에서 몸매좋은 디자이너를 뽑아 피팅모델을 겸하도록 하는 추세』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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