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의혹사건 이후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 계속 말썽이다. 정부는 당초 경조금을 받을 수 없는 공무원의 범위를 3급(과장급) 이상으로 발표했다가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1급이상 고위공직자로 고쳐 졸속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직이란 이유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들어 정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졸속」에다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정부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을 경조금 접수금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처사다. 자치단체장이 제외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도지사·시장·군수들의 불만을 사서는 안된다는 당의 입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10대 준수사항은 정부가 대다수 공직자들이 받게 될 불편과 불이익을 알면서도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상급자인 단체장은 경조금을 받을 수 있고 부하 공무원들은 받지 못하게 한다면 공직사회에 위화감과 불만이 들끓을 것이 틀림없다. 도지사는 경조금을 받고 부지사는 못받는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더구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직분위기 쇄신에 솔선수범해야 할 지도층이다. 그들이 경조금 접수대상에서 빠지면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은 속빈 강정이 된다.
특히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경조금 접수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이 경조금 형식으로 로비를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은 10대 준수사항 제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히 국회의원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부조명목으로 1만5,000원 이상의 물품을 전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내는 부조 한도는 제한해 놓고 경조금은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풀어놨으니 무슨 영문인가. 이밖에도 국회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데, 경조금까지 받게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정부 시책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취지가 변질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우려할 사태다. 정책은 공익을 위해 사심 없이 결정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정책으로 장난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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