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웅이 67년 쓴 소설 「분례기(糞禮記)」. 똥례라는 미천한 이름을 가진 촌부의 구절양장같은 행장기로, 민중문학의 전범이다. 공옥진의 쥐어짜는 몸짓과 언어는 그 한(恨) 같기도, 넉살 같기도 한 똥의 세계에 닿아 있다. 1인 창무극 「공옥진」은 억압돼 온 이드(id)가 펄펄 뛰어 다니는 1시간 40분이다.『촌년이 어쩌다 출세해서 서울까지 올라왔소. 오늘은 나하고 함께 미쳐버려잉, 아시겠지요!』 접속이 만남을 대신하고, 육체는 스포츠 아니면 섹스의 도구라고 주입받는 지금, 그는 어디 보란듯 「똥」을 화두로 삼았다. 수십년을 함께 해 온 시나위단이 국악기로 연주하는 탱고에 맞춰, 쪼그리고 앉아 그는 똥을 눈다. 흥부의 자식 29명이 『배꼭지가 요강꼭지 될만큼 밥을 묵고』 똥을 싸지르는 대목에서 극장은 웃음보 터진 똥바다가 된다.
웃음 주름살이 깊게 패인 그의 얼굴은 영락없는 하회탈이다. 그가 자아내는 친화력은 참으로 무섭다. 흥부가 주린 자식들은 달래는, 처연무쌍한 『울지마라 내 자석들아…』 대목에서는 남성 관객까지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다 이내 「눈물 젖은 두만강」을 목이 터져라 합창한다.
『바람(풍) 맞아 지난해 9월 입원했던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며 구상했다』는 소개 뒤에 펼치는 4분여 춤사위는 병신춤의 본질을 일깨운다. 그 깊은 슬픔의 세계를.
만원사례의 공연 뒤, 삼삼오오 앉아 쉬는 영감님들의 한담. 『할머니가 그러더라고. 병신들한테 미안혀서 이제 병신춤은 못 춘다고 말이여』 막내리기 전할머니는 진양조로 객석에 큰 절 하고 덕담을 띄우는데, 『물 묻은 박에 깨가 들어 붙듯, 재수대통하시기 바랍니다』 68세인지, 66세인지, 실은 본인도 확실한 나이를 모른다. 18일까지 동숭홀 대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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