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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믄회의 해] 즐어드는 옥외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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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믄회의 해] 즐어드는 옥외공간

입력
1999.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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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들의 일상 공간이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과 함께 쓰고 간수해야 할 공용공간(共用空間)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아침저녁 신선한 때 유모차를 살살 끌고 당기며 같은 층의 이웃과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복도공간, 둔탁한 철문을 열어놓은 채 가벼운 차림으로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승강기 홀, 우리와 이웃의 아이들이 한데 엉겨 모래바람을 날리며 노는 놀이터며 롤러블레이드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씽씽 달리는 한 낮의 주차장,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모여 졸음을 쫓는 노인정이나 녹음 깊은 휴식공간, 그리고 밤늦은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경비실 앞의 옹색하지만 정겨운 공간….이 모든 장소는 어렴풋한 행복과 소리없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작지만 큰 공간이다. 이런 공용공간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정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나눔의 터, 공유의 마당이다.

아파트 전용공간(專用空間)에만 눈 먼 우리들의 행태와 건축업체의 부추김 때문에 요즘 아파트의 옥외공간은 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 비해 반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흔히 소외니 이웃과의 교류단절이니 하는 말들을 우리는 도처에서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바쁜 현대 도시생활에서 찾는다. 하지만 바쁜 도시생활 때문에 이웃과 정을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 진정한 이유가 될까?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 승강기 홀의 작은 벤치, 경비실 앞 나무 아래의 안락의자, 단지내 외부공간을 적절히 개조한 마을마당, 지하실을 이용한 공동 취미공간, 잘 가꾸어진 단지내 꽃길, 한 집에 한 그루씩 내다 심고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가는 우리 동네 과수원….

아파트 주민 모두가 나서 구석구석의 공용 공간을 찾아 가꾸고 의미를 나누는 일은 단조롭고 황폐하기만 한 아파트생활을 풍요롭고 살맛나게 하는, 작지만 큰 공간을 꾸미는 일이다.

돈이나 전용면적으로 환산되는 물건이 아니라 살림집이며 생활공간으로서의 아파트의 이 곳 저 곳을 소담스럽게 가꾸자는 필자의 생각은 요즘의 도시생활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고집인가?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8할 이상이 아파트라고 하니 이제는 아파트단지를 일상의 공간이나 생활의 터전으로 껴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파트를 바람직한 생활공간으로 꾸며가고자 하는 애정어린 태도가 더욱 필요한 때다. 이웃들과 함께 아파트단지의 공용공간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것이 보다 적극적이고 현명한 생각이 아닐까.

이 캠페인은 한국일보와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으로 펼치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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