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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참사] 6개월 버틴 '참공무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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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참사] 6개월 버틴 '참공무원'의 눈물

입력
199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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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좀 더 버텼더라면 천사같은 애들을 이처럼 어이없이 보내지 않았을 텐데…』 경기 화성군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李長德·40·민원계장)씨는 5일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불법 인·허가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증언하며 회한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간 경찰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풀려난 이씨가 공개한 비망록은 부녀복지계장으로 재직중 씨랜드 인허가 업무와 관련, 담당과장등으로부터 받은 압력과 회유, 그로 인한 괴로움을 생생하게 적어 놓았다.97년 7월 장안면사무소에서 화성군 부녀복지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씨는

두달뒤인 그 해 9월부터 위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씨랜드가 제출한 청소년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허가 신청서를 즉각 처리해주라는 것. 하지만 이씨는 씨랜드가 진입도로를 확보하지 않는 등 문제점 투성이여서 끝까지 버텼고 이후 담당과장과 씨랜드측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다.

『당신이 군수야, 뭐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일이지. 허가가 안되면 안되는 법을 찾아오란 말이야』 상사의 협박은 시작에 불과했다. 험상궂게 생긴 자들이 사무실로 수시로 찾아와 무언의 협박을 가했으며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전화가 집으로 걸려와 친척집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설날연휴를 앞두고 담당과장으로부터 씨랜드측이 보내온 10만원짜리 수표 5장이 든 봉투를 전해받았으나 곧바로 돌려보냈다. 이런 상사들의 압력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이씨도 수련원시설을 허가하는데 사인했으나 이후에도 씨랜드측의 불법행위가 묵인되자 지난해 10월 민원계장으로 자원해 이동했다. 이씨는 『공직사회의 이런 비리가 또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작성한 비망록이 공개됐지만, 다른 공무원들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나만 살겠다고 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무원인 남편(43)과 1남2녀를 두고 있다.

97년12월19일=씨랜드 인·허가건으로 대리인인 박재천(씨랜드 청소년수련원 대표)씨가 험상궂은 3명과 함께 사무실로 찾아 왔다.

12월22일=박재천이 사무실로 또 찾아왔다. 박재천등은 언젠가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98년1월3일=담당과장이 씨랜드 인·허가건을 오늘 퇴근을 못하더라도 끝내라고 지시했다.

1월9일=씨랜드 허가관련 시설보완기간에 대한 연장신청을 결재해주지 않았다. 도(道)로 전화했더니 (담당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1월30일=위에서 불러 가보니 배 상자안에 박재천이 내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5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주었다. 안받겠다고 했더니 직접 돌려주라고 했다. 박재천의 주민등록번호와 농협계좌번호를 확인하여 곧바로 송금했다. 굶어죽어도 그런 돈을 받고 싶지 않다.

8월20일=청소년 수련시설 등록전 사전영업행위에 대한 과태료부과 결재를올렸더니 담당과장이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등록도 않은 채 유치원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자에게 무슨 법의 보호가 필요한가. 7월15일 현지로 출장가 영업행위를 중지하라고 했는데도 7월22일 또 영업을 하고 있었다. 씨랜드 건에 대해 과장이 이상하게도 과민반응을 보인다. 음식점 영업도 무허가로 하고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화성=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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