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자신의 주의나 사상,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폭력. 풍요의 저편에서 깊어지는 도덕성, 인간성의 타락 현상에 미국이 전율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층사이에 현실화하는 헐리우드식 사이버 폭력문화의 확산은 우려를 넘어서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의 장래마저 의심케 한다.2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미 시카고와 블루밍턴 일대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소수인종및 사회적 약자층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이른바「증오범죄(hate crime)」. 지난해 6월 텍사스주 재스퍼에서는 존 윌리엄 킹(25)이라는 백인우월주의자가 동료 2명과 함께 제임스 버드(49)라는 흑인을 집단폭행한뒤 트럭에 매달아 숨질때까지 끌고 다니다 조각난 시체를 유기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같은해 10월에 와이오밍주에서는 러셀 헨더슨(22)이라는 청년이 매튜 셰퍼드라는 동성애자를 철망에 묶고 무참히 구타, 살해했다. 올 4월에는 미 콜로라도주 컬럼바인고교에서는 학생 2명이 자신들을 「왕따」한 동료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총기를 난사, 13명을 살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뉴욕에서 경찰로부터 41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한 기니출신 행상사건도 『그가 백인이었다면?』이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살인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는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증오범죄는 갈수록 늘고있는 현실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증오범죄 건수는 95년 7,947건에서 97년 8,094건으로 증가했다. 또 백인우월주의단체인 「KKK」 등 증오단체수도 98년 537개로 전년에 비해 13%가 늘었다. 범죄 대상으로 아시아인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도 특징. 아태법률협회(NAPALC)에 따르면 96년 반아시아계 범죄가 532건으로 전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미 정부와 언론, 학계등이 총 동원돼 범죄예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4월『97년 미국에서는 시간당 1건 꼴인 8,000건 이상의 증오범죄 사례가 보고됐다』고 개탄하면서「증오범죄 방지법안」의 하원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백약이 무효, 미국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홍윤오·권혁범기자 yohong@hk.co.kr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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