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 다 부려 버리고 뼈로 섰다/아, 저문 강에 살 흐르는 소리」김용택(51)시인의 시 「사랑노래1」의 전문이다. 그의 시집 「누이야 날이 저문다」(열림원 발행)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이 시처럼 짧은 단시들이다.
「며칠을 바람 찾아 돌아다녔습니다/저물 때 저물어서/고개 숙여 어둑어둑 걷습니다/아무래도 나이 스물은 슬픈 것 같습니다」. 시 「바람」의 첫 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시집은 그의 젊은 시절, 첫 시집 「섬진강」(85년)보다 훨씬 이전에 씌어진 시들을 모은 것이다. 젊은 날의 고민과 방황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연륜에 의해 정제된 언어보다, 가난해서 그만큼 더 깨끗한 젊은 영혼의 궤적이다. 88년 출판됐다가 절판된 시집을 후배시인 이문재가 발문을 써서 새로 냈다.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의 원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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