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신문사가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행사를 벌였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젊은 애들이 전동총 들고 편갈라 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인터넷에서 하는 것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취지는 「인터넷의 효용성을 생활 속에서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목욕가운만 걸친 참가자 10여 명에게 크레딧 카드와 돈, 컴퓨터를 주고 외부와 격리된 방에 들여 보낸 후 100시간동안 인터넷만으로 쇼핑하고 연락해 먹고 입기를 해결하고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결론은 인터넷만으로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이런 결론은 실상 예상된 것이다. 5월에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영국에서 똑같은 취지, 방법으로 개최한 행사의 결론도 이와 비슷했다. 국내 행사에서는 첫 날부터 음식이 제때 배달돼 참가자들이 배를 곯지 않았지만 영국행사에서는 비상식량을 지급했다는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이런 행사를 가질 만하다. 상업적 동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인터넷 서비스(ISP)와 윈도98 개정판을 영국시장에 무료공급했는데도 시장점유율이 오르지 않고 언론으로부터 호평도 받지 못했다.
국내 행사는 MS사와 취지가 다르겠지만 이 행사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인터넷을 모르면 회사 임원자격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경제패턴을 바꾸고 있다. 경제발전의 동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터넷 활용으로 생산성이 2~3%씩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업무, 투자,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사무실을 가로질러 문서를 전달하고, 객장에 나가 증권을 사는 대신 책상에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이렇게 중요하다. 그러나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은 사회에 잘못된 생각을 퍼뜨릴 수 있다.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인간관계에 소원해져 심각한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게 될 염려가 있다. 삶의 편리함만 좇게 만들 위험성도 있다. 온 세상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더라도 인터넷은 필요할 때만 써야 할 도구이다. 담소하며 산보하고 동네책방에서 책 사고 백화점구경 가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는 즐거운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인터넷만으로 살 필요는 없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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