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온 시집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문학과지성사 발행)는 회화적(繪畵的) 성격이 강하다. 물론 작품 속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회화적 또는 풍경적 요소처럼 표현해놓은 결과이다. 요즘 나는 개념적이거나 사변적인 수사법을 피하고 있다. 모든 사물은 인간이 언어로 개념화하거나 사변화하기 때문에 이 지상에 있거나 또는 가치가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모두 가치이며 진리인 존재들이다.
나는 이런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고 있고, 그런 가운데 회화적 이미지의 어떤 요소에로 이끌린 셈이다. 그러므로, 내 시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그림을 감상하듯 보는 방법이다. 「토마토는…」의 1, 3부는 풍경화, 2부 전체는 하나의 설치미술로 접근하면 의외로 얻는게 많을듯도 하다(어떤 그림 속에 지붕, 창, 하늘,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럴 경우, 여러분은 지붕은 무슨 의미이며, 또 창은 어떤 의미이며, 하늘과 나무는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느냐는 식으로 따지며 그림을 감상하지는 않는다. 내 시도 일차적으로 그렇게 본 후, 한걸음 물러서서 넉넉하게 몽상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시집 1부에는 「정물a」 「정물b」라고 각각 부제가 붙은 작품이 있다. 「식탁과 비비추」 「토마토와 나이프」가 그것인데, 이 두 작품은 정물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따로 구별해놓은 것이다. 정물화란 가장 소박한 사물로 가장 격렬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회화적 공간이다. 내가 이끌린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식탁과 비비추」는 정물과 그 배경이 함께 살아있는 경우이며, 「토마토와 나이프」는 오로지 배경없이 정물만이 드러나있는 경우이다. 개념(의미)적으로 말하지 않고, 사변(설명)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언어가 드러내는 즉물적이고 자족적인, 그런 재미있는 이미지가 분명히 이 속에 있다. 관심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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