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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오만종씨 '공자와 노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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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오만종씨 '공자와 노자...' 번역

입력
1999.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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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하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 물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물의 약함이 강한 것을 이기고 물의 부드러움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빗대어 말하기야말로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좋은 방법. 노자는 「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의 무위(無爲), 무욕(無慾), 그리고 도(道)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펼쳐놓았다. 노자나 장자가 대표하는 도가(道家)만이 아니다. 중국 철학의 양대산맥 중 하나, 공자와 맹자의 유가(儒家) 역시 물을 이용해 논지를 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맹자는 임금의 도리를 밝히면서 「백성이 인(仁)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고 동물이 광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썼다.

최근 출간된 「공자와 노자 그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예문서원 발행·사진)는 중국 철학의 거봉들이 물의 이미지를 그들의 사상에 어떻게 이용하는지 파헤치고 있다. 물이 중국철학에서 철학적 개념으로 자주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은이인 미국의 동양학자 사라 알란은 고대 중국인들은 항상 범람의 위험이 있는 큰 강 유역에서 농경생활을 했기 때문에 수많은 자연물 중 절실한 관심의 대상이 물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물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하고 거기서 삶을 위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보았다.

중세 이후로 종교 전통에서 철학이 가지쳐 나오는 서양과 달리 중국에서는 자연세계의 사물이 철학 개념을 만들어 낸 뿌리였다는 해석이다. 물이라는 이미지로 중국 철학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오만종씨가 옮겼다.8,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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