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드러난 여야 의원들의 현 위기상황에 대한 원인진단 및 처방은 판이했다. 여당의원들은 공직사회의 기강해이 및 구태의연한 관행 등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야당측에도 화살을 돌렸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독재」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공동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국민회의 정동채(鄭東采)의원은 『현재의 위기는 개혁의 방향과 목표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일부 공직자들의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인식 및 의지의 결여, 소극적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의원도 『대통령이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은 따지고 보면 정부의 구성원들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아직도 「돈을 받는 문화」속에서 온존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정의원의 주장이었다.
이에비해 한나라당 이우재(李佑宰)의원은 『오늘의 위기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혼자 국가를 끌고 가겠다는 대통령의 오만한 통치 스타일 때문』이라며 김대통령을 직접적 타깃으로 삼았다. 이의원은 심지어 『국민들은 이 정권이 독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몰아 갔다.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의원은 공동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며 공동여당내의 틈새벌리기에 주력했다. 김의원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해 온 기형적 국정운영이 결국 국정파탄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사뭇 달랐던 만큼 처방도 제각각 이었다. 국민회의 정동채의원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개혁이 선행돼야 하며 정부개혁의 핵심은 공직사회의 일대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의원은 『최고지도자들은 오만과 거짓에서 벗어나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내각제 개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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