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와 루카스의 롤러코스터를 타려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십시오. 어린이도 안전하냐구요? 물론입니다』84년 할리우드는 「인디아나 존스」를 개봉하면서 이렇게 선전했다. 어드벤처 영화 사상 가장 재미있는 작품.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를 이용한 신나고 놀라운 논스톱 스릴과 추적, 강렬한 시각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 이후 할리우드는 무수한 아류작을 쏟아냈고, 「레이더스」에서 「최후의 성전」까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롤러코스터식 액션은 하나의 전형이 됐다. 「타잔」에서 보듯 애니메이션에까지 번졌고 우리영화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까지 흉내를 냈다.
「인디아나 존스」의 다른 매력은 고대문명에 대한 호기심의 자극. 종교와 관련된 성궤, 성배같은 고대 문명과 유물의 수수께끼는, 그것을 갖지 못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국적 분위기에 영웅주의까지 버무려 놓았으니. 그러나 그것을 시작으로 할리우드는 세계의 고대문명의 가치와 의미를 퇴색시키고 오락으로 만들었다. 전통과 역사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 까?
거대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와 함께 고대 이집트문명을 대표하는 미이라. 3,000년 전의 가장 위대한 문명을 건설한 이집트인의 내세관과 생명관의 상징이자 신비의 대상. 그러나 영화 「미이라」(감독 스티븐 소머즈)에서는 그것이 공포의 대상으로 둔갑했다. 가장 영화를 누렸다는 기원전 1290년 테베1세 시대에 미이라가 된 승정관 이모텝(아놀드 보슬로)이 현대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로 부활한다는 설정.
파라오의 정부 앙크수나문과 이모텝이 사랑하다 발각되고, 그 죄로 이모텝이 최고 극형인 생매장 되기까지의 짧게 묘사되는 고대 시점에서 전율과 신비감을 발휘한다. 그러나 3,000년 뒤 우연히 「죽음의 서」를 읽은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살아난 미이라가 자살한 연인 앙크수나문까지 부활시켜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그것을 도서관 사서 이비(레이첼 와이즈)와 영국군 장교출신 릭(브랜든 프레이저)이 막는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오락 뿐이다.
문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호기심도 버린다. 미이라라기 보다는 터미네이터 같은 악령에 돼버린 이모텝은 특수효과로 괴력을 마음껏 자랑하고,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은 심심할만 하면 아슬아슬하고 코믹한 활극을 반복해 이 영화가 공포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병정미이라들이 떼거리로 등장, 핵폭발처럼 거대한 모래폭풍의 장관에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면 너무나 단조롭고 뻔한 결말. 마지막 미이라가 「황금의 서」에 의해 사라지고, 그곳이 모두 땅속으로 가라앉아 신기루처럼 다시 수수께끼로 돌아간다는 설정까지 인디아나 존스의 아류다. 할리우드의 그 롤러코스터식 고대문명 즐기기의 다음 대상은 어디일까. 10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영화 「미이라」에서 미이라는 문명이 아닌 오락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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