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많이 성인 중심, 업적 중심, 대학교육 중심, 경제중심, 학업 중심, 출세중심, 권력 중심의 결정을 해왔고 그것을 당연시해왔다. 생명의 소중함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생명이 어떻게 보호받고 성장되어야 이 사회에 공헌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시민이 되는가는 잊고 있는 것 같다.시작이 없는 과정이 있을 수 없고 어린 시절이 없는 성인이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 교육정책과정에서는 늘 인정받지 못한 것을 40여년간 이 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죄없는 유치원 어린이의 생명을 잃게 한 무서운 참사를 접하면서 유아를 위해 일해온 사람으로써 왜 좀더 소리치며 그들을 위해 몸부림치거나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길바닥에 앉아 외쳐주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가 앞선다.
유아교육은 부모와 가정에만 맡기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교육정책에서 보편적 기초교육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수없이 정책결정자들에게 말해왔으나 언제나 물거품이 되었다.
교육부는 인간화교육, 창의력있는 인간교육을 주장하면서도 대학교육개혁, 학교폭력문제와 학원부조리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때문에 유아교육은 한국에 도입된 지 90년이 되도록 시장경제에만 맡겨져왔으며 영세한 사립유치원은 학부모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갖가지 비교육적 내지 유치원 교육과정지침 외의 활동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도 그 중 하나이다. 유아교육은 구조조정의 첫번째 대상이거나 예산삭감에서 우선 순위에 놓이기 십상이었다. 전국에 8,828개의 공·사립 유치원이 있으나 국가의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현장을 지도할 수 있는 유아교육장학지도요원도 전국에 152명으로 180개 교육청에 한 명꼴이 못된다. 유아교육이 이제는 공교육 체제하에서 감독 뿐이 아닌 지원과 격려를 받는 기관들로 탈바꿈해야 한다.
유아교육은 유아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유아는 건강하게 안전하게 놀며 배우며 사랑 받으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번 일이 또 한번의 1회성 충격으로 끝난다면 아깝게 목숨을 잃은 유아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용서를 빌 수 있을까.
/이은화·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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