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잡아야 영화도 뜬다」PC통신이 영화흥행의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와 PC통신의 만남은 제작사와 네티즌간, 또는 네티즌들끼리 쌍방향통신을 한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광고만 많이 한다고 영화가 잘 되는 게 아니다』. 영화관계자들이 흥행에 대해 곧잘 하는 말이다.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보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점에서 PC통신의 역할이 맞아 떨어진다.
PC통신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나간 대표적 사례로 「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개봉되자 마자 『우리 영화치고 잘 만들었다』 『꼭 가서 볼만한 영화다』라는 네티즌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같은 평가는 PC통신 온라인망을 타고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의 입소문이 영화 자체의 우수성, 효과적인 마케팅 등과 어우러져 이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정확하다. 또 평가가 흥행으로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쉬리의 PC통신 촬영장면과 마케팅 등 관련작업을 담당했던 유니텔 주정한(37)과장은 『네티즌들의 입소문이 쉬리의 성공에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고 설명한다.
PC통신을 소재로 한 영화 「접속」과 「넘버 3」 는 네티즌들 사이에 PC통신과 영화와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대표사례로 꼽힌다. 작품성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접속」이 PC통신을 통해 대대적으로 성공한 영화라면 「넘버 3」는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접속」의 경우는 개봉전부터 PC통신에 홈페이지를 개설, 홍보에 나섰다. 네티즌들로 하여금 개봉전부터 출연진의 프로필, 스틸사진, 예고장면 등을 접하게 해 기대감을 키운 것. 개봉이 가까워오면서는 PC통신을 통해 퀴즈나 이벤트를 벌여 시사회초대권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이보다 몇 달 먼저 개봉됐던 「넘버 3」는 이런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때문에 PC통신회원 중에는 「넘버 3」보다 「접속」이 더 먼저 개봉된 영화인줄 아는 이들이 많다. 이는 PC통신을 통한 「접속」의 홍보속도가 월등히 빨랐기 때문이다』고 유니텔 김한준(29)씨는 얘기한다.
이처럼 PC통신을 통한 영화홍보가 효과를 거두는 것은 두 가지 모두 마케팅 타깃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네티즌중 상당수가 20, 30대인데 이들 대부분이 영화관람을 즐겨하는 세대』라는 것이 PC통신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자귀모」 「인정사정 볼것 없다」 「주유소습격사건」 「유령」 등 현재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모두 PC통신을 통한 홍보나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하이텔 윤상구(27)씨는 『처음 PC통신을 통해 영화를 광고한다는 단순한 시도에서 출발했지만 앞으로는 영화를 제작하는 단계부터 PC통신이 큰 역할을 당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r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