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캔자스 시티」의 말미. 뒷골목 갱들의 환락과 살륙의 광풍이 휩쓸고 간 다음, 두 늙은 베이시스트가 텅 빈 재즈 클럽 헤이헤이에서 베이스만의 듀엣을 연주한다. 재즈란 그런 것. 기억에 아련한 그 곡은 「Solitude」. 바로 듀크 엘링튼이 남긴 무수한 명곡 중 하나다.민중의 음악, 재즈로 당당 귀족이 된 사람. 본명(에드워드 케네디 엘링턴·1899~1974)을 제치고, 공작(Duke)이라는 경칭이 아예 이름이 돼 버린 사람. 올해 그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추모콘서트 등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기념 행사도 그의 생전의 모든 것을 최초로 집대성한 「듀크 엘링튼 1백주년 기념 전집」 발매에는 미치지 못한다(RCA). 국내에서도 이번에 24장의 CD로 소개됐다(BMG).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나 추모 앨범이 아니다. 같은 제목을 여러 번 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 그러나 제목만 같을 뿐 해석은 제각각이다. 자기 복제의 절대 금기시, 바로 재즈의 참맛이다. 예를 들어 「Solitude」의 경우, 빅 밴드, 보컬, 캄보(combo) 등 5가지 서로 다른 해석으로 연주돼있다.
새 앨범에선 빅 밴드 스타일로 즐겨 연주되던 「Caravan」을 그는 뜻밖에도 보사 노바로 해석해 독특한 감흥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백조의 호수(차이코프스키)」 「하바네라(비제)」 등 클래식의 모티브까지 차용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원형을 보는 느낌이다.
30·40년대 것이라 믿기 힘든 생생한 음질은 당대 최고의 녹음 기술이 재즈 실황 녹음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영화로도 유명한 당대의 호화 재즈 클럽 카튼 클럽의 실황 녹음에서는 사회자 멘트까지 살아 있다.
이번 앨범은 세계를 통털어 1만부 한정판. 국내 수입본은 1백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케이스로 부피를 줄였다. 우리 시대 재즈의 기수 윈튼 마살리스가 왜 재즈 오케스트라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똑똑히 알게 해 준다. 문의처 (02)3420_0127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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