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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허한 3당대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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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허한 3당대표 연설

입력
199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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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기선잡기 싸움 끝에 1일 오전에야 가까스로 진행된 여야대표의 국회 본회의 연설은 우리 정치의 수준을 새삼 재확인해준 자기들만의 말놀음이었다.마지막 순간까지 연설순서를 놓고 치고받기를 거듭하던 여야 3당은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의 직권조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며칠동안 끌어온 지루한 대치극을 끝냈다. 하지만 장장 120여분 동안 이어진 3당 대표연설은, 「여당 우선」과 「원내1당 우선」을 놓고 벌였던 3당 총무끼리의 몸풀기 드잡이보다도 「흥행성」 면에선 오히려 한수 아래였다.

몇가지 반성을 양념삼아 곁들인 여당의 연설은 종당에는 정권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미욱함으로 흘렀고, 여론과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여당을 호되게 닦아세운 야당의 연설에는 생산적인 대안이 없었다. 피폐해진 민심이 위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비전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쟁이나 하듯 연설서두에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도 어린 영혼에 바치는 진혼곡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탁성(濁聲)을 고르려는 효과음 내지 구색 갖추기 정도로만 들렸다.

첫 연설자로 나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우렁우렁한 웅변에는 날세운 비판만이 가득했으며, 몇날며칠을 연습했다는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의 연설은 「경제회복 기적」에 대한 찬양으로 일관했다. 「집권여당의 독선과 오만」에 관한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자성과 자탄은 그나마 의외였으되,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공허한 독백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3사의 전파낭비까지 「강제」한 이들의 대표연설에, 처칠과 루스벨트 등 과거 대정치인들의 명연설을 오버랩시켜보는 것은 지나친 악취미일까.

/홍희곤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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