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여름캠프 실태 -씨랜드 화재참사는 캠프장과 이벤트사, 유치원·학교의 결탁관행이 빚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영세하고 부실한 캠프, 덤핑과 리베이트 관행에 의존한 이벤트사의 영업행태, 번거로운 준비절차와 「만일의 사태」부담을 회피하려는 유치원이나 학교 등의 그릇된 행태가 빚은 참변이라는 것.
교육청 등 관할관청도 근본적 관리감독이나 대책없이 「무조건 가지마라」는 식의 행정지도로 일관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같은 관행과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참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여름캠프는 매년 안전시설 미비와 관리부실 등으로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해왔다. 하지만 웬만한 사고는 행정적 문책을 우려, 관할교육청에 알리지않고 당사자끼리 무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여름캠프 알선 이벤트업체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50, 60여곳이 성업중이다. 특히 여행·관광업 허가를 얻어 정식으로 영업하는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가 사무실조차 없이 「핸드폰 번개영업」으로 한철 반짝장사를 해와 숙박비에도 못미치는 덤핑영업이 횡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T이벤트사 관계자는 『업체간 과당경쟁 때문에 비용이 싼 곳을 물색하게 돼 안전시설을 고려할 여건이 안된다』며 『값싸고 시설좋은 곳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콘도나 일반캠프장 등 수련시설도 서울과 경기·강원일대에 200여곳이 있지만 이 가운데 70,80여곳이 까다로운 「수련시설 인가」를 얻지않고 숙박업이나 요식업 허가로 시설을 개조, 수련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안전담당 교사나 영양사·조리사 등이 없는 곳이 태반이다.
IMF이후 재정난에 허덕이는 유치원들도 저렴한 비용이 여름캠프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 서울의 K유치원 관계자는 『캠프 경비 소문이 동네에 금방 퍼지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면 원생을 모집할 수가 없다』며 『예년에는 유치원에서 경비보조도 했지만 근년에는 원생 감소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벤트사에 여행계약과 운영일체를 떠맡기는 관행과 이 과정에 이벤트사로부터 유치원측이 리베이트를 챙기는 관행도 참변을 낳게 한 원인의 하나.
H이벤트사 관계자는 『유치원측이 원생 1인당 2만~2만5,000원선의 여행경비를 내면 캠프주와 이벤트사, 프로그램 진행팀이 각각 5대4대1의 비율로 나누고 이벤트사가 10~20%의 리베이트를 유치원에 전달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측은 공·사립유치원장을 대상으로 장학지도회의 등을 통해 『아동들의 캠프 프로그램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게 고작이다. 서울 강남의 Y유치원 관계자는 『교육청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무조건 캠프를 못가게 할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갈 수 있도록 시설점검이나 안전진단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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