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중이던 유치원 어린이 등 23명이 화재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단잠에서 놀라 깨어난 어린이들이 불길속에서 『선생님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차마 귀기울일 수 없을만큼 참혹하다.도대체 이 나라에서 안전사고란 말이 사라질 날은 언제인가. 삼풍백화점 붕괴 4주년이 되는 날 밤에 발생한 이 참사는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늘 그랬듯이 경기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원 참사도 각종 규정과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선 1층 콘크리트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숙소는 밖으로 통하는 계단이 양쪽 끝에 단 두개 뿐이었다.
400여명 수용시설에 계단이 단 두개뿐이었다니 이러고도 어떻게 건축허가와 준공검사를 받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컨테이너 숙소도 내부는 인화성 물질로, 천장은 스티로폼으로, 외부는 목재로 마감돼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소방시설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숙소내에 소화기 3개가 비치돼 있었으나 낡아 화재당시 작동불능이었고 6개가 설치된 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니 말문이 막힌다.
화재후 수련원측과 인솔교사들의 대처방식이나 안전의식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30일 1시15분께 발생했다. 그러나 수련원측과 인솔교사 등은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관할 소방서에 신고한 시간은 26분이나 지난 오전1시41분께였다.
화재발견 즉시 신고를 했더라면 어린이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아직 정확한 화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기향에서 불이 옮겨붙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모기향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했는데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었고, 또 어린이들만 따로 재웠다니 인솔교사도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유치원생들까지 다투어 수련회에 보내는 「유행병」도 이번 기회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집에서도 늘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단체생활을 익히게 한다며 먼거리까지 데려가 합숙을 시키는 게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일부 수련원은 유치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련회 유치경쟁을 벌여 잡음까지 들리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수련회인지 의심스럽다. 관계당국은 본격적인 방학·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에 다중이용 시설 전반에 걸쳐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