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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스크린쿼터는 문화수호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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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스크린쿼터는 문화수호 자존심

입력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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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을 무조건 거부만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당장 우리의 수출확대나 자본유입을 위해서는 그 쪽이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대물결을 선택적으로 포용할 수 없는 우리의 약한 기반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스크린쿼터만큼은 대통령의 대국민 공약사항일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문화적 예외조항으로 인정해오고 있는 터다.

그런데도 미국 통상부와 미국영화협회(MAP)가 한국의 스크린쿼터제 축소 또는 폐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압력을 가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제일주의 패권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영화는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당해낼 나라는 세계에 없다. 한국영화 106일 의무상영은 일종의 견제장치인 것이다.

영화는 여러 영상산업의 핵심이다. 영상산업만큼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는 산업은 아직 없다. 미국은 영상산업과 생명공학산업만 쥐고 있으면 세계경제는 자기들 손 안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세계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이고 특히 신자유주의 덫에 걸린 이상 미국을 물리칠 어떠한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이 온갖 대항의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한 이상 여타 블록에서는 감히 꿈도 못꿀 일이다.

이러한 세계적 통상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영화의 스크린 쿼터를 지켜야 한다. 그것을 지키는 것은 문화의 전통성을 지키는 일이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진입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 또한 이 사안에 대해 어떠한 외부조건도 거부, 보조를 같이 해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적 민족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일 우리의 아들 딸들이 계속해서 미국영화에 길들여진다면 우리의 전통문화 계승은 조종을 쳐야 한다. 영화는 산업이기 이전에 정신문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이 미국화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는 아닐 것이다.

우리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의 세계화일 것이다. 영화인들이 정부의 그 어떤 영화인프라도 거부하며 스크린쿼터만 유지시켜 달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영화인들과 연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스크린쿼터 사수에는 바로 우리의 정신문화를 수호하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

/박용진·건강사회실천운동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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