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달 7월.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휴가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러나 휴가계획은 또 다른 고민거리. 무분별한 행락질서와 바가지 상혼, 인파와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한번쯤 유명휴양지의 안락한 시설을 뿌리치고 자연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휴가를 보내면 어떨까?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수려한 풍광과 소박한 인심을 자랑하는 피서지 50곳을 추천한다.■바다·섬
광활한 해변보다는 한적한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들이 늘고 있다. 싱싱한 회를 싼값에 즐길 수 있는 포구가 있다면 더욱 좋다. 강원 양양군의 남애해수욕장과 전북 변산반도(부안군)의 모항해수욕장이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다. 특히 남애해수욕장은 바닷속의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맑아 단골 피서객이 많다. 7번 국도를 타고 부근의 태백준령의 수려한 경치와 관동팔경을 구경하기 쉽다. 올해는 오징어가 풍어라 동해안 피서객은 어느해보다 싸게 오징어회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낙조가 볼만한 모항해수욕장은 갯벌에 무진장인 조개등을 잡을 수도 있다.
이색적인 바닷가를 원한다면 인천 백령도 몽돌해변과 제주 우도의 산호사해변이 제격. 몽돌해변에는 콩알보다 조금 큰 몽돌이 해안을 뒤덮고 있다. 돌밭을 쓰다듬는 파도소리부터 색다르다. 산호사해변은 국내에서 유일한 산호모래해변. 밀물이 돼 바다가 해변을 덮으면 백색의 산호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푸른색의 마술을 부린다.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는 홍도, 흑산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게 된 섬. 해금강의 한가운데에 우뚝 선 바위섬으로 섬 전체가 예술품과 다름없다. 바닷속 풍경도 아름다워 스쿠버 마니아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계곡·산
계곡의 맛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비 온 뒤 맑은 날이 좋다. 물에 씻긴 녹음이 제 색깔로 반짝이고 굵어진 물줄기는 폭포와 소(沼)를 더욱 힘있게 만든다.
기암과 맑은 물을 원한다면 강원 강릉시의 단경골과 삼척의 동활계곡을 찾으면 좋다. 강릉시민조차 잘 모르는 단경골은 군선강 상류로 아늑한 숲 속에 기암이 연이어져 있는 명소. 피서객을 위해 7, 8월 두 달만 개방한다. 동활계곡은 태백에서 시작되는 계곡. 덕풍계곡과 만나 가곡천을 이뤄 원덕항 옆으로 동해에 흘러든다. 계곡은 동활1, 2교등 7개의 다리와 지그재그로 만나는데 물줄기가 험하고 큰 바위를 다듬어 선계의 비경을 만들어놓았다. 울진, 삼척등 동해안을 찾기도 쉬우며 원덕으로 나가는 416번 지방도로는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서울 근교이지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경기 가평군의 조무락골과 화야산계곡. 특히 화야산계곡은 북한강 카페촌과 연결돼 젊은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아담한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는데 정치인등 유명인사들이 몰래 산행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오지의 분위기를 느끼려면 강원 화천의 비수구미나 양양군의 미천골이 적당하다. 비수구미는 달랑 3가구만 사는 오지마을. 골수 낚시꾼들만 쉬쉬하며 다니던 곳이 이제는 제법 알려졌다. 평화의 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주민과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 다른 곳도 다를 바 없겠지만 이 곳을 방문하면 반드시 쓰레기를 되가져가야 한다. 양양 남대천 지류인 후천 상류지역인 미천골은 하늘을 뒤덮은 숲이 일품이다. 깊이 들어갈수록 미답의 오지같은 신비함을 느낀다. 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강
이제 물놀이를 할만큼 깨끗한 강은 많지 않다. 과거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강원 철원군의 한탄강이나 경기 포천군의 영평천등은 이미 오염이 심각한 상황. 원주시 주천을 흐르는 주천강과 평창을 휘돌아내리는 평창강이 여전히 맑은 물과 넓은 강변을 유지하고 있다. 두 강은 영월군 서면에서 만나 서강(西江)을 이루고 영월읍에서 동강과 합류해 남한강이 된다. 1급수에 가까운 두 강에는 꺽지, 모래무지, 피라미, 마자등 민물어종이 많이 살고 있다. 어름치, 황쏘가리등 천연기념물을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다. 낚시는 괜찮겠지만 투망, 초망등으로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강원 홍천에서 경기 가평으로 흐르는 홍천강은 어느정도 개발이 된 강수욕장. 143㎞에 이르는 물줄기가 차갑지 않고 굽이마다 절경이 흩어져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 좋다. 마곡, 모곡, 개야리, 밤골등에 유원지가 만들어져 있다.
■절경·명승
파도와 돌이 빚어낸 절경은 제주 지삿개해변과 인천 백령도 두무진에서 완성된다. 몇년 전만 해도 지삿개는 제주 주민조차 잘 몰랐던 곳. 중문관광단지가 생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이제는 제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소가 됐다. 용암이 식으면서 내부의 밀도변화로 생기는 육각기둥(주상절리·柱狀節理)을 억겁의 파도가 닦아놓았다. 제주의 명물답지 않게 입장료가 없으며 직접 주상절리까지 걸어들어갈 수 있다. 편편한 바위 위에 앉아 낚시를 하는 맛도 좋다.
두무진은 사람을 위압하는 거대한 바위가 일품. 너럭바위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물범을 구경할 수도 있다. 남해의 푸른 바다를 굽어보는 기도도량 보리암, 한국의 전통정원등 건축·토목술의 극치를 볼 수 있는 전남 담양의 소쇄원, 버드나무가 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경북 청송의 주산지등은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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