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육상스타 「칼 루이스」를 좋아하는 서울체육고 1학년생 이슬기(16)는 중학교때까지는 다만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달리는 것이 마냥 즐거웠던 슬기는 적어도 서울 창북중때까지는 「범생」. 상위권 성적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인문고 진학을 위해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던 지난해 여름, 그는 「엉뚱한」결단을 내렸다. 『내 길은 달리기』라며 서울체고 진학을 선언한 것. 당연히 주변에서는 극구 말렸다. 그러나 허사. 슬기는 무작정 서울체고에 응시했다. 준비가 있을리 없었다. 엉성한 자세, 전무한 육상대회 입상경력….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달리기에 대한 열정과 잠재성이 감안된 합격이었다. 창북중에서도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을 정도.
「내신은 전교 2등, 100㎙달리기는 꼴찌」. 슬기가 입학할 당시 성적이다. 그는 육상의 많은 세부종목중 굳이 100㎙달리기를 고집한다. 단 몇초만에 끝나는 승부가 짜릿하고 『그냥 달리는 것이 좋기 때문』이란다. 마치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는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 어른스런 대답이다.
육상의 걸음마부터 시작한 슬기가 지난해 말부터 전문훈련에 들어갔을 때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이 학교 백형훈(39)코치의 말을 빌리면 몸이 부서져라 달렸다고 한다. 쉬라고 해도 쉬지않고 아파도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적 본인은 『실력이 떨어져 내가 달리는 것은 달리는 것이 아니구나하고 생각했다』며 『동료들을 따라잡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의 100㎙ 최고기록은 11초7. 입학당시 12초1을 기록했던 수동계측의 오차를 감안하면 6개월여만에 0.5초정도를 앞당겼다.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100㎙ 1초줄이기」를 위해 슬기는 일차적으로 고교 졸업때까지 0.5초를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백형훈코치는 『돈과 인기때문에 축구 야구에 매달리는데 평범한 학생이 비인기종목인 육상에 뜻을 둔 것은 결코 평범한 결심이 아니다』며 『근지구력이 뛰어난 만큼 노력여하에 따라 상당한 기록단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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